"실종사건 대면 후 종결 원칙, 상급자 결재 필요" 매뉴얼 '있으나마나'

사회

뉴스1,

2026년 8월 26일, 오후 05:57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2026.8.26 © 뉴스1 안은나 기자

경찰이 실종 사건을 종결할 때는 실종자를 대면해 안전을 확인한 뒤 종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실종자가 대면을 거부할 경우 담당 과장과 팀장이 사건의 범죄 관련성을 판단해 종결 또는 추가 수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내부 지침이 마련돼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하지만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장미란 씨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사태에서는 이러한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다.

26일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찰 내부 실종 사건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경찰은 실종 사건 종결 시 경찰관이 실종자를 대면해 안전을 확인한 후 종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다만 매뉴얼은 "실종자가 경찰관과의 대면을 완강히 거부하는 경우 영상통화 혹은 가족·보호시설과의 연락·인계 여부 등 신뢰할 수 있는 수단을 활용해 안전여부를 충분히 확인해야 하고, 이때 과·팀장은 사건의 범죄 관련성을 세심하게 판단 후 종결 혹은 추가 수사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장 씨 사건을 담당했던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부 모 경장은 장 씨와 실제로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연락이 닿았다고 허위 보고한 뒤 약 2시간 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는 장 씨의 해제 사유를 '교통사고 사망'으로 입력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는 상급자의 검토나 결재 등은 없었다. 경찰관의 실종 사건 단독 종결을 막는 내부 규정은 존재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매뉴얼은 실종 사건에 대해 섣부른 예단도 금지하고 있다. 가출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단순 가출로 판단하기 어려우며 실종자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수색이나 수사를 하는 도중 강력범죄 피해자로 발견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매뉴얼은 "실종수사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방대한 양의 수사를 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고도 명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장 씨의 남자친구는 경찰에 "장 씨가 과거에도 집을 나갔다가 하루나 이틀 뒤 돌아온 적이 있어 직접 찾아다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실종 사건 처리 과정에서 신고가 접수되면 112상황실에서 위험도 판단 체크리스트를 참고해 가용경력을 동원해야 한다. 현장에 출동한 형사 기능은 필요할 경우 여성청소년과·지역경찰 등이 참여하는 합동심의를 통해 범죄 관련성을 판단하도록 매뉴얼은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형사 기능은 실종 경위 등 현장 상황을 파악한 뒤 범죄피해 가능성 등 위험도를 재판단하고, 여성청소년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성폭력·성매매 등 관련성을 수사하는 식이다.

특히 매뉴얼은 112 및 경찰관서 일반전화로 실종아동 등·가출인 신고시, 발생지 관할을 불문하고 신고자가 위치한 관할 경찰관서에서 접수,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등록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프로파일링 시스템 접수 대상은 △실종아동 등(18세 미만 아동,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 △가출인 △보호시설 입소자 중 보호자가 확인되지 않는 사람(무연고자)으로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가출인'에 대한 규정은 사실상 '실종아동 등을 제외한 18세 이상 성인' 외에는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매뉴얼은 또 프로파일링시스템 추적사항에 실종자와 대면 여부 및 확인 결과 등을 상세히 기재하고 과·팀장은 종결 사유를 검토·결재 후 해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장미란 씨 실종 사건에선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의 실종 관련 매뉴얼은 이 매뉴얼이 유일하다. 다만 경찰서별로 체크리스트 마련 등 대응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관계자는 실종 사건 발생 시 인력 투입에 대해선 "발생한 실종사건의 내용, 경찰서의 가용인력이 다 달라서 책임자들이 내용을 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한 경찰서 관계자는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된 건데, 더 들여다보면 그 매뉴얼을 그대로 이행하기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며 "인력이나 현재 시스템 여건상 매뉴얼에 규정된 절차를 100% 충족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서울 강남권 등에는 폐쇄회로(CC)TV 등이 설치돼 있어 추적이 가능하지만 지방은 상황이 다르고 이동 거리도 멀다 보니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현재 신속하게 시스템을 개선하고 개선 전까지는 수기로 해서 팀장, 과장 결재 후에 종결하도록 지시했다"며 "그리고 전체 사건에 대해서 전수점검 지시해서 진행 중"이라고 했다.

k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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