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씨 등 실종 사건 2건을 허위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6.8.25 © 뉴스1 안은나 기자
제주에서 경찰이 허위로 사건을 종결한 실종자 장미란 씨(30대)의 시신에 이어 수색 과정에서 잇따라 실종자 시신이 발견되면서 경찰의 실종 사건 처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형사과 실종전담팀 779명에 신고는 12만 건…"인력 한계, 시스템 바꿔야"
27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경찰 실종사건 수사 인력은 줄어들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848명이었던 경찰서 형사과 실종팀 현원은 △2023년 831명 △2024년 784명 △2025년 763명 △2026년(3월 기준) 779명으로 줄어들었다.
시도청 광역범죄수사대 장기미제실종팀 인원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2022년 73명이었던 시도청 인원은 △2023년 75명 △2024년 83명 △2025년 43명 △2026 61명으로 5년 새 16%(12명)가량 줄었다.
줄어드는 인력에 비해 실종 사건 수는 연간 10만 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이 접수하는 실종 사건은 △2022년 12만 4223건 △2023년 12만 3592건 △2024년 12만 1478건 △2025년 12만 5383건 등으로 매년 12만 건을 넘겨 왔다.
올해는 지난 7월까지 총 7만 6723건이 접수된 상태다.
단순 역산으론 지난해 기준 실종팀원 한 명이 연간 약 164건을 처리해야 하는 수준이다. 다만 실제론 실종팀이 운영되지 않는 관서가 있어 경찰 1명당 담당하는 실종 신고 건수를 별도 산출하기는 어렵다.
경찰 실종수사 전담팀은 2008년 3월 신설되며 실종 수사를 전담하고 있지만 경찰서별 실정에 따라 실종전담팀을 운영하는 관서와 운영하지 않는 관서가 병존하고 있다. 실종수사 업무가 관서별, 경찰 개인별 재량에 따라 달라진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여력이 되면 경찰이 모든 실종 사건을 아동 실종에 준해 하는 것이 맞겠다고 보지만 인력에 한계가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건을 조작(공전자기록위작 및 동행사)하고 직무유기하는 것이 가능했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2026.8.26 © 뉴스1 안은나 기자
제주서부서,대면 종결, 과·팀장 검토 후 해제원칙 모두 안 지켜…'통합매뉴얼' 무용
물론 경찰은 이미 실종업무 통합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매뉴얼이 실무에서 지켜지지 않았단 것이다.
경찰 실종수사 매뉴얼은 '실종자를 대면해 안전확인 후 종결'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장 씨 사건을 담당했던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부 모 경장(30대)은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고 허위 보고한 뒤 약 2시간 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5월 12일 밤부터 13일 새벽 사이 사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망 시점을 조사 중이다. 이에 따르면 부 경장이 장 씨의 남자친구로부터 112 신고를 접수하고 '장 씨와 연락이 됐다'고 주장한 5월 15일에는 장 씨가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부 경장의 휴대전화 등에서는 장 씨와 통화한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관리 정보까지 삭제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장 씨를 찾던 경찰관들에게도 이 같은 내용이 전달되면서 수색이 중단됐다.
전날(26일) 제주경찰청 브리핑에 따르면 부 경장은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는 장 씨의 해제 사유를 '교통사고 사망'으로 입력했으며 유사한 방식으로 실종 신고를 종결한 60대 남성에 대해서는 해제 사유를 '소재 발견'으로 기재했다.
매뉴얼은 과·팀장이 이러한 종결 사유를 검토·결재 후 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실종아동등 프로파일링시스템 추적사항에 실종자와 대면 여부 및 확인 결과 등을 상세히 기재하고, 사건 종결 시 범죄 피해를 입었다면 보호·지원 업무에도 만전을 기하도록 설명하고 있다. 매뉴얼에서는 교통사고 피해자 발견 시 취할 조치 역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 경장 사례 외에도 '실종자 대면 확인 후 종결' 등 매뉴얼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실종자와 전화 통화'만으로도 종결이 가능하다고 믿는 경찰관도 일부 있다.
녹취록·사진 등 확인 시스템 필요…경찰에 책임·권한 부여 법제화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내부 규정을 바꾸고 성인 실종과 관련한 법제화에 나서는 등 구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오 교수는 "(성인 실종자가 가족에게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고 할 경우) '원치 않는다'고 하는 녹취록을 가족들에게 틀어주고 실종자와 직접 대면한 사진을 보여주는 등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법 개정이 아닌 내부 규정만 바꾸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국내 실종 사건 수사계의 권위자로 꼽히는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제주 경찰 같은 경우에는 허위 내용을 입력해 해지했기 때문에 문제가 됐지만 성인이 실종돼도 즉각적인 수사와 조치를 안 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즉각적인 수사가 이뤄지도록 경찰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부 경장이 약 1년 4개월 동안 처리한 실종 사건 298건을 전수조사하는 한편 지휘·관리·감독 체계를 살펴보기 위한 감찰에 착수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 경장이 처리한 사건을 전수조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의 다른 사건들까지 전수조사하겠다"며 "사건 처리 과정의 문제점을 살펴 시스템적으로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kit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