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병역기피자 해고법 '헌법불합치'…"소명 기회 부여해야"(종합)

사회

뉴스1,

2026년 8월 27일, 오후 03:26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걸린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 © 뉴스1

병역기피자가 국가기관이나 사기업 등에 재직할 경우 해직하도록 규정한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27일 A 씨가 청구한 병역법 제76조에 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헌법불합치) 대 2(단순 위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오는 2028년 2월 29일까지 계속 적용되고 국회는 그때까지 개정 작업을 해야 한다.

청구인 A 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2015년 인천병무지청에 의해 형사고발돼 재판받았다. 그러나 종교적 양심을 근거로 현역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받았고 판결은 2020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인천병무지청은 다시 A 씨에게 현역병 추가 입영 통지를 하면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체역 편입 신청 절차를 안내했지만 A 씨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A 씨는 2023년 5월 한 회사에 파견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인천병무지청은 2023년 8월 병역법 제76조를 근거로 회사가 A 씨를 퇴사시키지 않으면 회사를 형사고발 하겠다고 했다. 회사는 인천병무지청 연락 사흘 만에 A 씨를 퇴사 처리했다.

이에 A 씨는 병역법 제76조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2023년 10월 병역법 제76조에 대해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병역법 제76조(병역의무 불이행자에 대한 제재)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고용주는 병역의무 불이행자를 공무원이나 임직원으로 임용하거나 채용할 수 없고 재직 중인 경우에는 해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번 사건 쟁점은 해당 조항이 청구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다.

헌재는 병역기피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병역의무자에게 의견과 자료를 제출하고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헌재는 "병역기피자에 대한 해직이 병역의무 이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병역상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심판 대상 조항은 병역의무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전혀 부여하지 않는 등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심판 대상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심판 대상 조항은 병역의무자의 권익 보호에 필요한 절차적 보장을 하지 아니한 채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 부담의 형평성이라는 공익만을 일방적인 우위에 놓은 것으로 공익과 사익 간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헌재는 또 "단순 위헌결정을 할 경우 병역기피자에 대한 해직 제도의 근거 규정이 사라져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하고 이는 해직 제도에 있어서 절차적 측면에서의 위헌성을 지적한 이 결정의 취지와는 달리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을 기피하고 있는 모든 병역기피자에 대해 해직할 수 없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심판 대상 조항의 위헌성은 해직 과정에서 병역의무자에게 아무런 절차적 보장을 하지 아니한 점에 있는데 이러한 위헌성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는 1차적으로 입법형성권을 가진 입법자의 몫"이라고 했다.

한편 김복형·마은혁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병역법은 병역기피자들을 형사 처벌하도록 해 강력한 제재수단을 이미 사용하고 있고 나아가 인적 사항 등 공개, 국외여행허가 제한, 관허업의 특허등 금지 등 병역의무 이행 확보를 위한 다양한 수단들을 두고 있다"며 "병역기피자에 대해 일체의 취업까지 금지하는 것은 입법 목적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했다.

또 "심판 대상 조항은 공직이 아닌 사적 영역에서까지 병역기피자를 해직하도록 규정하고 기업체의 종류나 규모를 막론하고 사실상 모든 사기업에 대한 취업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범위하고 예외 없는 해직은 병역기피자의 생계 유지를 어렵게 하고,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마저 불가능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정정미·조한창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은 병역 부담의 형평성을 기하고자 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어 사회적 합의에 따른 면밀한 기준의 설정 없이 개별적 사정을 들어 섣불리 예외를 허용한다면 병역의무 이행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기각 의견을 냈다.

doo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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