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씨 등 실종 사건 2건을 허위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실제 부 경장은 신고자에게 “장씨와 연락됐다. 본인이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달해 신고자의 불안을 가라앉혔다. 이후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시스템에 접속해 장씨에 대해 ‘교통사고 사망’으로 표시하고 관리 대상에서 삭제시켜 다른 경찰의 눈을 피했다. 또 다른 실종자인 60대 남성 A씨 실종 해제 사유로는 ‘소재 발견’을 입력했다.
말 그대로 실종 사건을 행정적으로 ‘암장(暗葬, 남몰래 시신을 파묻음)’한 셈이다.
부 경장이 이들과 연락을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부 경장과 장씨 통화내역 교차검증을 통해 두 사람이 연락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부 경장은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주장을 줄곧 유지하며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상태다.
범죄분석 전문가인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27일 뉴스1에 “이러한 부 경장의 행동이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비상식적으로 보이지만 경찰, 소방, 교정 등 일정한 권한을 가진 조직에서는 종종 나타나는 경우”라고 말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히어로 크라임, 영웅주의 등으로 표현하는데, 보통 무력을 가진 집단에서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탈”이라며 “일종의 과시이고, 능력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밀려있는 일을 빠르게 처리해 주는 사람이 영웅”이라며 “실종자를 실제로 찾는 대신 사건 자체를 빠르게 종결해 ‘처리해야 할 사건의 수’를 줄이는 행태가 현장에서는 호평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부 경장이 실종자의 안전에 대한 고려나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피해에 대한 공감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표 소장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의 실수가 커다란 파장을 불러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죄책감을 느끼고 사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그런 점에서 일반적이거나 정상적인 반응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병의 문제라기보다 성격의 문제”라며 “경찰관이 돼서는 안 될 사람이 경찰에 들어와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표 소장은 이번 허위 종결이 경찰관 개인에게 큰 경제적 이익이나 즉각적인 보상을 가져다주는 행위가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상적인 부패 범죄는 뇌물이나 사건 무마 등 행위에 따른 반대급부가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그런 이익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표 소장은 “부 경장이 ‘내가 마음대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는 권한 자체를 행사하려 하는, 일종의 ‘갓 콤플렉스’(God Complex)가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자신의 판단으로 실종자의 가족이 더 이상 찾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식의 왜곡된 권한 의식이 작용했다면 이는 심각한 가학적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표 소장은 현재 상황에서 이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경찰관의 온라인 활동이나 과거 행동, 주변 관계 등을 포함해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사진=뉴스1)
특히 이 교수는 해당 경찰관의 행동이 오랜 기간 조직에서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 경장이 이전부터 여러 건의 실종사건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했다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조직 차원의 관리·감독 실패 여부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정 지역 내에서 서로서로 봐주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이런 원칙에서 벗어난 행위를 해도 발각이 잘 안되고, 발각이 된다고 해도 눈 감아주고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그러다 갑자기 문제 제기가 되면 부당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면은 부 경장이 지난 22일 긴급 체포됐으나 곧바로 체포적부심을 청구해 풀려난 면에서도 드러난다. 체포적부심은 수사기관의 체포가 부당하다고 여길 경우 법원에 체포 타당성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구하는 절차다.
배 프로파일러는 부 경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적부심을 청구한 것 역시 자신이 특별히 잘못한 것이 아니라 ‘나만 운 나쁘게 적발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사건만 드러난 것이지 전국적으로 유사한 사례가 많을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한 일은 안 드러났고 자신만 드러났으니 현재 상황을 억울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은 당시 체포의 긴급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부 경장을 24일 석방했다. 다만 부 경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 우려로 인용되면서 부 경장은 석방 하루 만에 다시 구속됐다.
배 프로파일러도 부 경장이 ‘향찰’임을 전제로 하고 사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향찰은 그 지역에서 태어나 초·중·고 등 모든 교육과정을 그곳에서 이수하고 또 그 지역에서만 경찰 수사관으로 20년, 30년 일한 경찰이 지역 토호 세력과 유착된 것을 말한다.
배 프로파일러는 전날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부 경장이 향찰이라고 추정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극미한 징계밖에 받지 않았다. 사실 그 정도의 문제를 일으키는 경찰이라면 애저녁에 해임, 파면이 되거나 이렇게 됐어야 한다”며 “생각해 보면 이 사람의 이런 말도 안 되는 망동을 누군가 봐준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어 “그게 이 사람한테는 습성화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해도 된다는 착각에 빠졌을 수 있다”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실종자를 찾거나 아니면 실종 자체를 없애는 방법이 있는데 그는 후자를 택한 것이다. 그럼 해결률이 높아지고 인정받기 때문에 이 짓거리를 반복해서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