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한 방울 안 내린 네팔...'대홍수' 재앙 터진 이유 [영상]

사회

이데일리,

2026년 8월 28일, 오전 12:22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중국 국경과 맞닿은 네팔 중북부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160명으로 늘어났다. 사고 당시 네팔에는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대홍수가 일어났는지 재앙의 진원을 찾아가 본다.

네팔 홍수 피해 (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 영상 캡처)
네팔 홍수 피해 (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 영상 캡처)
이번 네팔 홍수의 위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이다. (영상=사회관계망서비스)
이번 네팔 홍수의 위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이다. (영상=사회관계망서비스)
현재 과학자들이 유력하게 보는 홍수의 원인은 네팔 랑탕리룽산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암빙사태다. 암빙사태는 빙하의 얼음과 산의 암석이 함께 무너져 계곡 아래로 쏟아지는 현상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당초 홍수의 원인으로 규모 4.4 지진을 지목했으나 추가 분석을 거쳐 규모 5.2의 빙하 붕괴 사태로 정정 발표했다.

대니얼 슈거 캐나다 캘거리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사고 전후 위성사진을 보면 폭 약 600m의 빙하 일부가 떨어져 약 1200m 아래 계곡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해발 5200m 고도에서 1200m로 추락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낙하거리가 4km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바닥은 폭탄이 터진 것처럼 보이며, 부서진 빙하에서 나온 퇴적물로 가득 차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그르노블 알프 대학의 지형학자 크리스틴 쿡은 “지진계가 사건 시작 시점에 갑자기 큰 질량의 물체가 아래로 떨어지는 신호를 감지했고 직후 홍수를 나타내는 신호가 뒤따랐다”고 짚었다. 그는 그러면서 “암석이 섞인 얼음 눈사태가 하류로 이동하면서 홍수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카트만두에 본부를 둔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ICIMOD) 소속 기후 전문가들은 온난화가 진행 중인 히말라야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눈사태가 강을 막았다가 이것이 터지면서 급류가 쏟아져 내렸을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홍수 피해 지역의 강들에서 수위가 30분 만에 최대 9m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상류에서 빙하가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한 급격한 수위 상승 때문이라고 말했다.

26일 네팔 누와코트 지역의 트리슐리강을 따라 돌발 홍수가 발생해 가옥과 차량이 파손돼 있다. (사진=누와코트 AP 뉴시스)
26일 네팔 누와코트 지역의 트리슐리강을 따라 돌발 홍수가 발생해 가옥과 차량이 파손돼 있다. (사진=누와코트 AP 뉴시스)
과학자들은 처음 빙하와 암석이 무너진 원인도 조사하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이 히말라야에서 진행 중인 빙하 후퇴와 영구동토층 해빙이다. 빙하는 계곡을 채우면서 주변 산비탈과 암벽을 물리적으로 받쳐주는 역할도 하는데, 빙하가 얇아지고 뒤로 물러나면 얼음이 받쳐주던 암벽이 노출되면서 산사면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영구동토층은 최소 2년 이상 얼어 있는 땅이나 암반을 말한다. 고산지대에서는 암석 틈에 언 얼음이 바위들을 붙잡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온이 올라 얼음이 녹으면 암석 사이 결합력이 약해져 낙석이나 산사태가 발생하기 쉬울 수 있다.

기후 과학자들에 따르면 히말라야 산맥은 세계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빠르게 온난화되며 지역이 변하고 빙하가 녹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산맥은 극지방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양의 눈과 얼음을 포함하고 있어 6만3000개가 넘는 빙하가 있으며, 이들은 최소 10개의 주요 아시아 강 유역에 물을 공급하고 수십억명의 식량, 물, 에너지, 생계 안보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해발 4500∼6000m 사이에 위치한 빙하 면적의 약 78%는 온난화에 매우 취약하다.

카트만두에 기반을 둔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이 산맥 전역의 빙하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녹고 있으며, 2000년 이후 얼음 손실 속도가 2배로 증가했다. 이는 빙하호에 물을 공급하고 호수를 확장시켜 갑작스러운 홍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 장창궁 ICIMOD 기후·환경위험 담당 책임자는 “네팔과 중국 국경 강 상류에 여전히 막힌 부분이 남아있어 두 번째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눈사태나 빙하 붕괴가 토사류, 강의 막힘, 그리고 파괴적인 급류 홍수로 이어지는 연쇄적 재앙은 이제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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