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찰 끊어낼 수 있나…지역 유착 막을 '경찰 내부 통제' 시험대

사회

뉴스1,

2026년 8월 30일, 오전 06:10

어린이날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해 살인·살인미수 등의 혐의를 받는 장윤기(23)가 5월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2026.5.14 © 뉴스1 김태성 기자

광주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에 이어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의혹으로 경찰 조직에서 대두된 또 하나의 문제는 '향찰'이다. 한 지역에서 장기 근무한 경찰관의 지역 유착이 곧 수사 유착과 비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역 내 오랜 근무가 무조건적인 유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로 인한 부실 수사 가능성은 차단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경찰 내외부에서는 유착 우려가 큰 보직 중심의 순환 근무와 함께 내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착·사건 암장에 커진 향찰 우려…"수사경찰 중심 순환인사 체계화"
30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최근 전국 각지에서 경찰의 수사 유착과 암장 등 부실 수사 정황이 드러나면서 지역 향찰을 향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장윤기 사건을 수사하던 광주 광산경찰서 전 강력팀장과 경찰관은 장윤기의 아버지인 장 모 경감에게 수사 정보를 알려주며 증거 인멸과 은닉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 경감은 사건을 담당한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으로 10년 넘게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에서 고(故) 장 모 씨와 60대 남성의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한 부 모 경장은 제주 토박이인 지역 경찰로 알려졌다. 특히 제주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민 자치 업무 등을 맡는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이원화된 경찰 조직을 운영 중인 곳이다. 지역 밀착형 치안 서비스를 확립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잇단 사건으로 자치경찰제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들의 범행이 개인 경찰의 비위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능하게 한 내부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경찰 안팎에서 제기된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내년 상반기 목표로 경찰 순환인사제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상피제 등을 통해 경찰 유착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순환인사제를 향찰을 막을 대안으로 꼽으면서도, 유착 가능성이 높은 근무자를 중심으로 한 '핀셋 적용'으로 실효성을 높일 것을 제안한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순환근무 확대는 필요하지만 모든 경찰관을 일률적으로 이동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며 수사·정보·인사처럼 유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보직과 장기 근무자를 중심으로 순환시키고, 상피제와 이해 충돌 관리를 함께 강화하는 등 구체적인 내부 통제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수사 경찰인 경우 순환근무를 더욱 체계적으로 확립할 수 있도록 해 지역 토호 세력과의 유착관계를 해소해야 한다"며 "순경·경장 등 지역에서 수사 역량을 쌓아야 할 단계는 한 곳에 일정 기간 머무르되 계급이 올라갈수록 순환근무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제주시 한림읍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 장 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 현장을 경찰이 지키고 있다. 2026.8.28 © 뉴스1 안은나 기자

'지역 밀착 치안'은 과제로…"취지 살리려면 통제장치 마련해야"
이번 사건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자치경찰제 확대를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졌다.

당초 자치경찰제는 주민 수요에 맞는 치안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됐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지역 밀착형 치안이 자칫 유착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자치경찰제는 수사권을 지역에 넘긴다기보다 경찰 권한을 적절히 나누는 것"이라면서도 "지역 정치권이나 토호 세력과의 유착 가능성은 있는 만큼 이해충돌을 막을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치경찰제가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제도지만, 취지를 살리려면 유착 가능성을 차단할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 교수는 "자치경찰제를 정말 지역에 특화한 서비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인사권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되, 유착 문제를 막기 위해 주민들과의 접촉 등은 공적인 시스템 내에서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 관계자는 "국가경찰이 자치경찰의 사무까지 같이 수행하는 현행 자치경찰제로는 지역 유착 위험성만 높이고 일선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자치경찰 위원 구성을 정치권·지역 인사 독점에서 탈피시키고 민생치안 중심 모델로 운영한다면 향찰 논란 없이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반발 관건…"수사 권한 있는 고위직, 유관 단체도 정비해야"
다만 이 같은 대안들이 일선 경찰의 반발을 부르고 있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경찰 내부에서는 일괄적인 순환인사제 적용은 현장과 경찰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처사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재 경찰직협은 일부의 일탈을 전체 조직의 문제로 적용해 경찰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며 연일 반발하고 있다.

한 일선서 수사과장은 "물론 내부 비위가 잇따르다 보니 구조적인 개혁이라도 단행해야 한다는 뜻은 이해한다"면서도 "지역마다 업무 구조와 환경이 다른데 연대책임식 제도를 적용하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특히 순환인사제를 시행하려면 실제 향찰 우려가 높은 고위직을 대상에 포함하고, 경찰 유관 단체의 유착도 함께 통제해야 실효성이 커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경찰직협 관계자는 "수사 권한을 지닌 고위직일수록 짧은 기간 향찰로 전락할 우려가 큰 만큼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 유착은 각종 경찰 유관 협력 단체도 함께 정비해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제에 대해서는 "수사권은 국가수사본부 등 국가 경찰로 일원화해 전문성과 중립성을 유지하고, 자치경찰은 생활안전이나 지역 범죄 예방에만 집중하는 이원화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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