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차인에 월세 3배 올려 계약 무산…대법 "권리금 회수 방해"

사회

뉴스1,

2026년 8월 30일, 오전 09:00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임대인이 새 임차인에게 기존 월세의 3배가 넘는 임대료를 요구해 계약이 무산됐다면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16일 임차인 A 씨가 임대인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A 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01년부터 B 씨와 상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약국을 운영해 왔다. 임대차 계약은 2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갱신됐는데, B 씨는 2023년 4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를 기존 600만 원에서 2400만 원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A 씨가 월세를 4배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B 씨는 2023년 9월 계약 갱신을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A 씨는 같은 해 10월 신규 임차인 C 씨를 구했고 C 씨와 22억 원의 권리금 계약을 체결했다.

B 씨는 C 씨와의 새로운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보증금 5억 원과 월세 2000만 원을 제시했다. 이 역시 기존 월세 대비 3배를 넘는 수준이었다. 결국 C 씨는 월세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계약을 포기했고 이에 따라 권리금 계약도 해제됐다.

A 씨는 B 씨가 과도한 보증금과 월세를 요구해 신규 임대차 계약이 불발됐고 그 결과 권리금도 회수하지 못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월세)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로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했다면 임대인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1심과 2심은 B 씨의 행위를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하는 행위로 인정할 수 없다며 A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A 씨가 신규 임대료가 얼마나 높은 수준이고 해당 상가의 적정 임대료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상가가 병원 정문 인근에 위치해 입지가 좋고 2023년 월평균 조제료 수입이 1억 432만여 원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보증금과 월세가 주변 시세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차임만 비교하더라도 기존 차임의 약 333%에 달하고 환산보증금은 기존의 약 357%에 달한다"며 "이 정도의 차임 및 보증금의 차이는 현저히 고액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적정한 차임 및 보증금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임차인의 손해배상 청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감정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한 후 그 요구액이 현저히 고액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어 "고액 여부는 상가 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 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외에도 '기존 임차인과의 차임 및 보증금'과 '임대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요구하는 차임 및 보증금'의 차이, 상가 건물의 시세 및 적정 차임, 거래 관행과 경제 상황 등도 고려해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B 씨는 3배 이상의 차임을 요구했을 뿐, 별다른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아 A 씨 또는 C 씨에게 상가 임대차계약 체결을 단념하도록 했다"며 "이는 임차인이 영업을 통해 형성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해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상가임대차법의 입법 취지를 잠탈하는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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