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비 예보 빗나가고, 폭우 경고는 모자랐다…기상청 신뢰의 조건

사회

뉴스1,

2026년 9월 01일, 오전 06:00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던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모습.© 뉴스1 이재명 기자

날씨 기사를 쓰면 여전히 이따금 '구라청', '오보청', '중계청'이라는 댓글이 달린다. 비가 온다더니 오지 않았거나, 폭염·호우·대설 같은 위험기상이 눈앞에 닥치고 나서야 예보가 구체화했다는 불만이 담긴 말이다.

기상청으로선 억울할 수 있다. 강수유무정확도는 90%를 훌쩍 넘고 강수맞힘률도 0.7 이상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예보 수준이 낮다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숫자가 국민이 체감하는 불편까지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비 예보를 믿고 일정을 바꿨는데 마른하늘이 이어지거나, '많은 곳 200㎜ 이상'이라는 경고 뒤 한 지역에 900㎜ 넘는 비가 쏟아지는 경험은통계로 집계되는 예보 정확도와는 다른 문제다.

2026년 8월에는 이런 두 장면이 극명하게 겹쳤다. 지난달 15일 기상청은 거제 등이 포함된 부산·경남 중부 남해안에 17일까지 50~150㎜, 많은 곳은 200㎜ 이상의 비를 예상했다. 실제 거제에는 17일 하루에만 654.3㎜의 '역사적 폭우'가 쏟아졌다. 15~17일 누적 강수량은 928.0㎜에 달했다. 한때 시간당 124㎜가 넘는 비까지 퍼부었다. '200㎜ 이상'이라는 표현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이 받아들여야 할 재난의 규모는 당초 경고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커졌다.

반대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28일 오후 기상청은 서울·인천·경기 북부에 다음 날 5~40㎜의 비를 예보했다.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예상보다 남하하자 29일 새벽 예상 강수량을 5~10㎜로 낮췄지만 서울 공식 관측지점의 하루 강수량은 결국 0㎜였다. 수도권 기상청 관측지점 가운데 가장 많이 내린 곳도 안성 서운 6㎜였다.

한번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비가 왔고, 한번은 예상했던 비가 오지 않았다. 정반대의 오차지만 결국 같은 문제다. 국민이 예보만 보고 실제 위험의 크기와 변동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31일 '예상보다 비가 적게 내려 일부 국민들께 불편을 드린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예상 강수량은 특정 지점의 값이 아니라 권역 안에서 나타날 수 있는 '범위'이고, 대표 지점만으로 적중 여부를 판단하면 '실제 강수의 공간적 편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라고도 했다.

과학적으로 틀린 설명은 아니다. 여름철 강수는 비구름대가 조금만 움직여도 인접 지역의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같은 논리를 거제에 대입하면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200㎜ 이상'에는 300㎜도, 600㎜도, 900㎜도 포함된다. 그렇다고 하루 654.3㎜, 사흘 928.0㎜의 재난 위험까지 제대로 전달했다고 할 수 있을까.

슈퍼컴퓨터를 활용해도 기상예보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인명피해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위험을 다소 넓게 잡아 알릴 필요도 있다. 비가 적게 올 가능성이 있더라도 폭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 더 큰 위험을 경고하는 편이 안전하다.

대신 상황이 바뀌면 최대한 빨리예보를 수정하고 이를 알려야 한다. 결과가 크게 빗나갔다면 수치예보모델과 대기의 복잡성을 설명하는 과학의 언어만으로 설명을 끝낼 일도 아니다. 예보를 믿고 일정을 바꾼 시민이나 충분한 위험을 인식하지 못했던 주민에게 행정기관의 언어로 설명하고, 필요하다면 사과하는 것까지도 책임의 영역이다.

기상청은 이번 일에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자성의 뜻을 밝혔지만, 예보 때문에 불편을 겪은 '일부 국민'에 대한 명시적인 사과는 없었다. 그러나 그 '일부'는 서울시민, 모수가 930만 명이나 된다.

기상청은 최근 허위·과장 기상정보에 시정 요구와 과태료 등 강한 대응도 예고했다. 근거 없는 날씨 정보가 국민 안전을 해칠 수 있는 만큼 필요한 일이다. 다만 외부의허위·과장 정보에는 엄정한 책임을 요구하면서 정작 공식 예보가 어긋났을 때그에 걸맞은 설명과 책임 있는 태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가짜뉴스를 바로잡겠다'는 엄포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밤낮없이 교대 근무하며 위험기상을 지켜보는 예보관들의 고충을 모르지 않기에, 기상청이 어렵게 쌓은 신뢰를 빠르고 솔직한 소통으로 지켜가길 바라는 것이다.

높은 예보 정확도는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에게 더 중요한 것은 오늘 우산을 챙길지, 일정을 취소할지, 지금 대피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는 예보다. 기상청의 신뢰는 예보 정확도 몇 퍼센트라는 숫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틀릴 수 있는 범위를 제대로 알리고, 틀렸을 때는 빠르게 고치고 책임 있게 말하는 것까지가 예보의 책임이다.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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