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경찰 지휘부 대거 교체…'고향 부임' 막았는데 '유착' 끊을까

사회

뉴스1,

2026년 9월 02일, 오후 02:41



정부가 올해 하반기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전원에게 이른바 '향피제'를 적용하면서 경찰 조직 내 지역 유착을 끊어낼지 주목된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김종철 경남경찰청장과 고범석 전남경찰청장을 각각 경찰청 차장과 서울경찰청장으로 발령내는 등 치안정감·치안감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모두에게 향피제가 적용됐다. 18명 가운데 14명이 교체됐으며 유임된 4명 역시 연고지가 아닌 지역에서 근무하는 사례다.

향피제는 경찰관이 출신지나 장기간 근무한 연고 지역에서 주요 보직을 맡지 않도록 하는 인사 원칙이다. 지역사회와의 유착이나 조직 내부의 온정주의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경찰은 이번 인사가 "경찰 업무의 공정성 및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속 인사에서도 청문감사인권담당관 등 주요 직위에 향피제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최근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 사건 등 부실한 사건 처리와 지휘·감독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른 상황에서 향피제가 전면 적용돼 경찰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향피제는 경찰 조직에서 새롭게 시행되는 인사 원칙은 아니다. 경찰은 총경급을 중심으로 동일 시도경찰청에서 장기간 근무한 간부를 다른 지역으로 전보하는 인사 교류를 강화해 왔다.

경찰 안팎에서는 향피제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밀착 현장 치안'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유착 고리를 차단하는 효과적인 제도라는 반론이 있다.

또 경찰 지휘부 중 상당수가 서울 등 수도권에서 근무한 경력이 두드러지는데 고향이나 지역을 기준으로 연고를 판단하는 것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각종 논란으로 경찰이 경찰 개혁을 자초한 면은 있지만 경찰관들의 사기를 저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시도경찰청장을 지낸 한 관계자는 "경찰 전체를 잠재적인 비위 행위자나 지역 유착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전제해 일률적으로 향피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오히려 연고 지역에서 근무하면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밀착 치안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위가 발생했다면 시스템을 개선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을 솎아내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일률적인 향피제 적용은 실효성이 크지 않고 일선의 어려움만 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현장에선 지역 유착을 차단하고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강한 신호로 인식돼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특히 경정 이상의 간부들은 대체로 순환 근무를 경험한 만큼 향피제가 낯설지 않아 적응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도 시행에 따른 초기 혼선은 불가피하지만 그것이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새로 부임한 시도경찰청장이) 지역 사정에 밝은 장기 근무자들을 얼마나 장악력 있게 지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부작용이 확인된다면 인접한 시·도간 순환 등 향피 범위를 유연하게 운영하거나 지역 유착 우려가 낮고 역량이 검증된 간부에 대해서는 투명한 심사를 거쳐 제한적인 예외를 두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피제에 의존하기보다는 감찰과 외부 통제를 강화하고 실제로 지역 유착이나 온정적인 사건 처리가 줄었는지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치안감급 경찰 간부는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유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지역 밀착형 현장 치안이 어려워지고 경찰관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왕 제도가 시행된 김에 장점을 살려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무조건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치안정감·치안감 인사가 전날(1일) 밤늦게 발표된 것을 두고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찰청장 공백이 장기간 이어진 상황에서 최근 잇단 사건으로 지휘·감독 책임론까지 불거진 만큼 정부는 인사를 더 미루기 어렵다는 '실무적인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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