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2026.8.21 © 뉴스1 김진환 기자
사법연수원 14기 출신 법조인 84명이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와 관련해 "헌법에 근거 없는 재제청 강요를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
성기문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 84명은 '헌법의 경계를 넘지 말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특정 정파의 이해를 떠나 대한민국 헌법질서와 사법부 독립이 중대한 시험대에 서 있다는 우려를 밝힌다"고 했다.
이들은 "대법원장이 7개월여 기간 동안 사전협의가 이뤄지지 못해 부득이 서면으로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한 것에 대해 절차적 완결성 미비를 이유로 대통령이 그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다른 후보자의 재제청을 요구했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에게 (대법관) 임명권이 있다고 해서 후보자 선택권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보조하는 하위 권한이 아닌 헌법이 사법부 독립을 위해 직접 부여한 독립된 권한"이라고 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사전 협의 관행이 깨진 것에 대해서는 "헌법이나 법률이 요구하는 제청의 효력 요건은 아니다"라고 했다.
나아가 "대통령이 특정 후보자를 선호해 그 사람이 제청될 때까지 다른 후보자를 거부한다면 이는 사실상 대통령이 제청권과 임명권을 함께 행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여권에서 제기된 '제청 반려권 입법'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직접 부여한 권한을 법률로 축소할 수 없다"며 우려했다. 이 같은 입법 시도가 "제도개선이 아닌 헌법상 권력 배분을 흔드는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쓴소리도 했다.
이들은 "사법개혁은 필요하다"면서도 "사법개혁과 사법장악은 엄연히 다르다. 진정한 개혁은 어느 대통령도, 어느 정당도, 어느 대법원장도 사법부를 마음대로 지배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 여야 정치권을 향한 각각의 요구안도 발표했다.
대통령을 향해서는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을 존중하고 헌법에 근거 없는 재제청 강요를 중단하라"라고 했다.
국회에는 "대통령의 제청 거부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거나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축소하는 입법을 중단하라"라고 요구했다.
대법원장을 향해서는 "어떤 정치적 압력에도 흔들리지 말고 헌법이 부여한 제청권과 사법부 독립을 단호히 지킬 것"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여야 정치권에는 "대법관 인선을 정쟁과 정치적 이해관계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했다.
한편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64·16기)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61·22기)를, 이흥구 대법관(63·22기)의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58·24기)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각각 서면으로 임명 제청했다.
청와대는 지난 28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며 조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을 요청했다.
대법원은 재제청 및 대법관후보추천위 재구성 여부 등에 대한 후속 절차를 검토해 이번 주 내로 공식 입장을 낼 방침이다.
realkw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