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계엄 비판 자막 삭제’ 이은우 전 KTV 원장 2심 징역 5년 구형

사회

이데일리,

2026년 9월 02일, 오후 05:22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계엄을 비판하는 정치인 발언 자막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이은우 전 KTV 원장. (사진=뉴시스)
이은우 전 KTV 원장. (사진=뉴시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2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 심리로 열린 이 전 원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결심 공판에서 원심이 선고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너무 가볍다며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이 사건은 단순히 방송 화면 자막 몇 개를 지운 사건이 아니다”라며 “비상계엄 선포 후 국민이 공신력 있는 언론에 의존할 때 피고인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영방송 원장이자 방송편성 책임자임에도 직권을 남용해 비판적 스크롤 뉴스를 삭제했고, 그 결과 위헌·위법성을 지적하는 국회와 각계의 목소리가 화면에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은 보도 통제 시간이 짧았단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보았으나 범행이 짧게 끝난 건 피고인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멈춰서가 아니라 국회의 신속한 계엄해제요구결의안 가결과 시민, 군·경의 저항 덕분”이라며 “국영방송이 계엄을 비판하지 않는 모습은 국민과 다른 언론사에 검열·통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만큼 평소 시청률이 낮았단 근거로 영향력이 안 컸다고 본 원심 판단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또 “피고인은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의 언론장악 시나리오에 실질적으로 기여했으며 범행의 위험성을 고려하면 실질 최저형이 징역 6년인 내란주요임무종사와 다름없다”며 “언론통제 목적으로 단전·단수를 지시해 징역 9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건과 비교해도 집형유예 선고는 지나치게 가볍다”고 부연했다.

반면 이 전 사장 측은 특검의 공소사실과 양형 주장을 전면 반박하며 관대한 처분을 호소했다. 이 전 사장 측은 “이 사건 관련 통화는 71초의 포괄적 지시밖에 없었다”며 “계엄 해제 직후 여당 중진 의원들이 계엄에 대해 긍정적 발언을 많이 했고 인용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으나 KTV는 계엄 옹호 발언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하급자들의 진술 신빙성에도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전 원장 역시 최후진술을 통해 당일 행적을 시간대별로 상세히 소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전 원장은 “전 KTV 기조에 맞게 자막을 수정하라고 했지, 계엄 반대 자막을 삭제하라고 한 적이 없다”며 “퇴근 후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서도 ‘계엄 찬반 오해 여지가 있는 것은 빼고 시간 경과에 따른 객관적 팩트 위주로 드라이하게 진행하라’고 기조를 지시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 전 원장은 계엄 선포 후 ‘계엄이 불법·위헌이다’라는 정치인 발언을 다룬 방송 자막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 전 원장은 방송편집팀장 추모씨에게 “정치인 발언, 정당, 국회, 사법부 관련 뉴스는 KTV 방송 기조와 다르니까 다 빼라. 대통령 얘기, 포고령 같은 것만 팩트 위주로 넣어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프리랜서 자막 전문 요원 지모씨가 지시를 거부하면서 자막이 계속 송출되자 이 전 원장은 방송보도부 부장 박모씨에게 같은 취지로 전화해 자막을 삭제하도록 지시했고, 결국 일부 자막이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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