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 뉴스1
시청각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영화관에서 화면해설과 자막, 수신 기기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송이 제기된 지 10년 6개월여 만이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3일 오전 10시 시청각장애인 4명이 CJ CGV,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 등을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상영 횟수와 상영관의 범위라는 두 가지 기준을 중첩적으로 적용한 원심판결은 피고들의 재정적 부담만을 과도하게 고려한 것으로서 그 재량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고 원고들의 상고 이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 아닌 사람에게도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의 변화로 인해 과도한 혼란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장애인에 대한 문화적 차별의 철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도 함께 살펴보았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청각장애인 4명은 지난 2016년 2월 17일 "한국 영화 관객이 1000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장애인은 그 관객 속에 없다"며 시청각장애인 영화 관람권을 보장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17년 12월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영화 제작업자나 배급업자가 화면 해설과 자막 파일을 제공한 영화에 대해 화면 해설과 자막을 제공하고 FM 보청기기 등 보조기기도 마련하라고 판결했다.
또 웹사이트에 화면 해설과 자막이 제공되는 영화와 상영관, 상영 시간 등을 안내하고 점자 자료나 큰 활자로 된 문서, 수어 통역 등을 제공하라고 했다.
다만 2심은 지난 2021년 11월 일부 조건을 추가하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상영관 좌석 수가 300석을 넘을 경우 전체 상영 횟수의 3%를 '배리어프리 영화'로 상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음성 화면해설, 청각장애인에게는 문자 자막이 제공되는 영화를 뜻한다.
이날 대법원 선고에는 청각장애인 및 청각·언어장애인인 원고들을 위한 수어통역이 지원됐고 원고들을 위해 이해하기 쉬운(이지리드·Easy-Read) 판결문이 일반 판결문과 함께 제공됐다. 대법원에서 '이지리드' 판결문을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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