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은 죽었는데 가해자 누나는 드라마에”…KBS 청원 무슨 일

사회

이데일리,

2026년 9월 03일, 오후 03:37

[이데일리 남소연 기자] 헤어진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과 폭력에 시달리다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진 20대 여성의 유가족이 KBS 시청자 청원에 글을 올려 파장이 일고 있다. 가해자의 친누나가 현재 KBS 일일드라마 배우로 출연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공영 방송사로서의 책임 있는 대처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가해자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로 추정되는 사진이 보도됐다.(사진=2024년 당시 MBC 보도 캡처)
가해자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로 추정되는 사진이 보도됐다.(사진=2024년 당시 MBC 보도 캡처)
청원자 이모씨는 3일 ‘부산 오피스텔 추락사 유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세상은 너무나 무심하고 잔인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저희 딸은 가해자의 지독한 스토킹에 시달리고 시달리다가 결국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날 이후로 제 시간은 멈춰버렸다”며 “매일 밤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살아가는 것조차 죄책감이 드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제 딸을 빼앗아 간 가해자의 가족은 지금도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며 “특히 가해자의 누나는 지금 KBS 저녁 일일드라마에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해 TV 화면 속에서 웃고 울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 배우로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희 가족의 딸은 억울하게 죽었는데 가해자 가족의 딸은 배우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세상이 어찌 이리도 불공평할까”라며 “그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부모로서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밀려온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딸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저는 그저 딸의 억울함이 세상에서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며 “제 딸이 억울하게 떠났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아이를 사랑했던 부모가 아직도 매일 그 아이를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KBS를 향해선 “이와 같은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입장을 밝혀주시고, 공영 방송사로서 책임 있는 대처를 요청드린다”라며 “부디 저희 가족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 달라. 부탁드리고 또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유가족이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글(사진=KBS 캡처)
유가족이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글(사진=KBS 캡처)
앞서 지난 2024년 1월 새벽, 부산의 한 오피스텔 9층에서 전 남자친구 A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20대 여성이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초 A씨는 경찰에 자신이 집에 나온 뒤 피해자가 추락했다고 말했다가, ‘말다툼은 벌였지만 피해자가 갑자기 뛰어내렸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씨가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스토킹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A씨는 피해자의 이별 통보에 수시로 찾아와 폭력을 일삼고 집에 찾아와 17시간 초인종을 누르거나, 수백 차례 SNS 메시지를 보내 피해자를 괴롭혀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구속된 A씨는 스토킹과 협박, 퇴거불응 등 5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가족은 추락 당시 피해자가 창틀에 매달려 버티고 있었던 점을 근거로 A씨에게 자살방조 혐의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한 혐의는 재판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1심과 2심은 스토킹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징역 3년 2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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