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네로야, 이제 학대범은 개 못 키우게 할 수 있대"

사회

뉴스1,

2026년 9월 03일, 오후 03:15

지난 2010년 연쇄 동물학대 사건의 피해자로 방송에 나왔던 네로(SBS TV동물농장 갈무리) © 뉴스1


'네로'가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이 지났다.

지난해 9월 1일, 열일곱 살이던 네로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1주기가 하루 지난 9월 2일, 국회에서 한 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물을 학대한 사람이 다시 동물을 기르지 못하도록 하는 '동물사육금지명령'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이다.

네로는 2010년 동물자유연대가 연쇄 동물학대범으로부터 구조한 개다. 당시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는 개들을 잔혹하게 학대한 뒤 버리는 사건이 잇따랐다.

네로는 케이블 타이로 입이 묶여 상처를 입었고 발톱은 펜치로 뽑혀 있었다. 함께 구조된 다른 강아지는 불에 그을리고 커터 칼을 삼킨 채 발견돼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네로와 함께 구조됐지만 끝내 죽음에 이른 푸들(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그토록 잔혹한 일을 저지른 사람에게 내려진 처벌은 당시 최고형이었던 벌금 500만원이었다.

사건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시민들의 공분과 동물보호단체 진정이 이어졌다. 이후 법 개정으로 동물학대에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네로가 구조 후 동물병원에서 치료받던 모습(왼쪽)과 보호소에 입소 당시 모습(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하지만 법에는 오랫동안 커다란 빈틈이 남아 있었다.

동물을 고문하고 죽인 사람이 처벌받은 뒤 다시 동물을 키우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심지어 구조된 동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다시 학대자에게 반환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사람의 소유권 앞에서 학대받은 동물의 안전은 번번이 뒤로 밀렸다.

그 빈틈을 메우는 법안이 지난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은 동물학대범죄로 공소가 제기된 사람 가운데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는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동안 동물의 사육·관리·보호를 금지할 수 있다. 이를 어기고 다시 동물을 기르면 형사처벌도 받는다.

학대 혐의로 기소된 경우 해당 학대로 보호조치 중인 동물을 확정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소유자에게 반환하지 않을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3일 동물자유연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은 공동성명에서 "동물보호법 제정 이후 30여 년 동안 동물학대범죄자의 동물 접근과 사육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지 못했다"며 이번 개정안이 그동안의 제도적 공백을 메웠다고 평가했다.

사육금지 제도는 2022년에도 농해수위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재산권·기본권 제한과 무죄추정원칙 위배 등의 우려가 제기돼 최종 대안에서 빠졌다.

단체들은 "이번에는 기본권 침해 논란을 피하면서도 실질적인 동물 보호가 가능하도록 대화와 조율을 거듭했다"며 "이제 입법을 지체할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잔인한 학대를 당했어도 사람을 좋아하고 씩씩했던 네로 © 뉴스1 한송아 기자


나는 2014년 네로를 입양했다. 구조된 지 4년이 지난 뒤였다.

네로는 끔찍한 과거가 믿기지 않을 만큼 씩씩했다. 함께 산책하고 여행하며 나이를 먹었고 열일곱 살까지 살았다.

동물을 구조한다는 것은 단지 죽지 않게 하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학대받던 존재가 안전한 곳에서 자기 몫의 삶을 끝까지 살아갈 기회를 줘야 진정한 구조라 할 수 있다.

법도 마찬가지다. 다른 동물이 같은 사람의 다음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어야 한다.

2010년 네로를 학대한 사람에게는 그런 법이 없었다. 벌금을 낸 뒤 또 다른 개를 데려가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 16년이 지나서야 그 법적 장치가 국회 문턱을 넘었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2022년에도 농해수위를 통과하고 최종 입법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에는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네로가 떠난 지 1년이 지나서야 그때는 해줄 수 없었던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네로야, 이제 우리는 동물을 학대한 사람이 다시 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고 있어"

16년이 걸렸다. 국회가 끝까지 책임질 차례다. [해피펫]

네로는 지난해 17살의 나이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badook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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