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한 푼도 못 줘" 각서 들이민 남편…뒤에선 코인·도박에 수억 빚

사회

이데일리,

2026년 9월 03일, 오후 05:22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결혼 전 남편의 요구로 ‘이혼할 경우 재산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작성한 여성이 남편의 도박과 거액의 채무, 재산 은닉 의혹 등을 알게 된 뒤 이혼을 결심했지만 재산분할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3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결혼 7년 차 맞벌이 부부인 A씨가 이같은 사연을 토로하며 조언을 구했다.

(사진=챗GPT)
(사진=챗GPT)
A씨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과 반려견을 키우며 생활해 왔다. 결혼 당시 남편은 A씨보다 상당히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별다른 재산이 없었던 A씨는 남편의 요구에 따라 결혼 전 ‘이혼할 경우 재산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와 신혼계약서를 작성했다.

A씨는 “당시에는 실제로 이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별다른 고민 없이 서명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근 남편이 자신의 부모에게 수억원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남편은 부모에게 갚아야 할 돈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A씨는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남편이 몰래 주식과 도박에 손을 대 이미 수억원의 대출 빚까지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갈등이 커지는 과정에서 남편이 과거 흥신소를 통해 A씨의 사생활을 조사하고 차량에 위치추적기까지 설치해 감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한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고 A씨는 이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남편은 결혼 전 작성한 재산포기 각서를 근거로 “재산분할을 해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의 걱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남편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와 개인지갑에 상당한 규모의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남편 부모가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 온 저축성 연금보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혼 과정에서 이러한 재산을 제대로 확인해 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A씨는 “이런 상황에서 남편은 제 동의도 없이 딸을 데리고 지방 시댁으로 전학시키겠다고 한다. 아이의 친권과 양육권 그리고 반려견 문제까지 있어 머리가 복잡하다”며 “특히 결혼 전 작성한 재산포기 각서 때문에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이혼하게 될까봐 너무나도 걱정이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물었다.

사연을 들은 이준헌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이혼 전에 미리 작성한 ‘재산분할 포기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재산분할 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뒤 발생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이혼하기도 전에 이를 미리 포기하는 합의는 허용되지 않는다. 각서에 인감도장을 찍거나 공증을 받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남편이 보유한 가상자산 역시 혼인 기간 중 형성됐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에 보관된 코인은 직접 조회가 쉽지 않지만 국내 계좌와 송금 내역 등을 추적해 존재를 입증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의 가치는 원칙적으로 ”이혼 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재판이 끝나는 날)“의 시세를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이혼을 앞두고 남편이 부모에게 수억원을 송금한 부분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실제 채무를 갚은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한 허위 거래나 증여로 확인된다면 재산분할 과정에서 해당 금액이 고려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남편이 주식이나 도박 등 개인적인 목적으로 만든 빚은 부부가 함께 부담해야 하는 채무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대출금이 생활비가 아닌 남편 개인의 투자나 도박 등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남편이 일방적으로 딸을 데리고 지방으로 이사하거나 전학시키려 한다면 법원에 ‘유아인도 임시처분’과 ‘양육자 지정 사전처분’ 등을 신청해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이 변호사는 “반려견의 경우 현행법상 자녀와 같은 양육권이나 면접교섭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이혼 과정에서 등록 명의와 비용 부담, 실제로 누가 주로 돌봤는지 등을 토대로 소유 문제를 정할 수 있으며, 당사자 간 조정을 통해 반려견을 정기적으로 만나는 등의 내용을 합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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