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0억 집어 삼킨 경남 물폭탄…유럽 폭염 성장률 0.2% 갉아먹어

사회

이데일리,

2026년 9월 04일, 오전 05:16

[이데일리 김윤지 강민구 염정인 기자] 지난달 16~17일 이틀간 경남 거제에 총 927.6㎜에 달하는 비가 쏟아졌다. 같은 기간 경남 통영에 내린 비의 양은 752.1㎜로 집계됐다. 이는 거제의 평년 여름철(6~8월) 전체 강수량인 935.1㎜에 맞먹는 규모다. 통영에서는 불과 이틀 만에 평년 여름철 강수량(728.8㎜)을 넘어섰다. 이 기간 폭우로 인한 피해액은 거제.통영 지역에 153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 세계를 뒤덮는 기후 재난이 경제 충격으로 번지고 있다. 폭염과 가뭄, 홍수 등에 따른 피해 뿐만 아니라 생산 및 물류 마비, 식품·에너지 가격 견인 등 일종의 ‘기후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8월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 일부 가구 내부가 최근 내린 폭우로 파손돼 있다. 사진 왼쪽은 산이 있어 뒤쪽 가구들은 산사태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 연합뉴스)
8월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아파트 일부 가구 내부가 최근 내린 폭우로 파손돼 있다. 사진 왼쪽은 산이 있어 뒤쪽 가구들은 산사태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 연합뉴스)
◇산불.벌목지역 산사태 취약

우리나라는 잦은 극한호우로 산사태 위험도 커지는 추세다.

산사태 전문가인 송영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재해연구실장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 집중호우가 빈번해지고 있다”며 “산불 지역이나 벌목 지역은 산사태에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토층이 얇아 산사태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인 만큼 지반 특성 자료를 축적하고 예측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협곡형 계곡의 소규모 마을과 펜션·야영지, 산지 인접 건설 현장도 취약 지역으로 꼽힌다. 산사태 위험지구로 지정됐지만 정비가 미뤄진 노후 사면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계곡 지형은 집중호우 때 상류의 수위 변화가 몇 분 만에 하류에 도달할 수 있다”며 “산지 인접 건설 현장도 접근성이 떨어져 재해 발생 시 고립과 통신 두절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방 대책의 핵심으로 조기경보 체계의 실효성을 꼽는다. 상류 강우량과 수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하류에 자동 경보를 보내고, 경보가 실제 주민 대피로 이어지도록 정기적으로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악·계곡 건설 현장에는 통신 두절을 전제로 한 별도 안전 기준도 필요하다. 위성통신 등 비상연락 수단을 상시 확보하고 통신 두절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정례화해야 한다.

기존 산사태 위험도 기준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과거 강우 통계를 기준으로 설정된 위험도 등급이 최근 극한강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정비 우선순위 자체를 다시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의 편중이 심해지면서 ‘여름 산불’도 늘고 있는 추세다. 산림청 국가산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8월 발생한 산불은 2023년 12건에 불과했지만 2024년 35건, 지난해 46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도 같은 기간 총 40건의 여름 산불이 발생했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전통적으로 산불이 거의 발생하지 않던 여름에도 극단적인 고온과 마른장마, 가뭄이 겹쳐지면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며 “봄철 뿐만 아니라 연중 대형산불 발생의 가능성에 대비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그래픽= 이미나 기자)
◇유럽 폭염, 유로존 GDP 성장률 0.2%p↓

이같은 기후재난은 직접 피해 외에도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글로벌 컨설팅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올 여름 유럽을 덮친 폭염·가뭄은 3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약 0.2%포인트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경기침체까지 초래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미 성장세가 부진한 유럽 경제에 상당한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폭염과 가뭄은 식품 가격으로도 연결된다. 매우 건조했던 봄과 잇따른 극심한 폭염·산불이 결합해 유럽 전역의 작물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곡물 수확량은 이미 전년보다 약 10%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식품 물가상승률이 올해 7월 1.3%에서 2027년 3분기 최대 3%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1970~2023년 동안 196개국의 기상·경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폭풍과 홍수, 가뭄, 폭염 등은 발생한 해의 실질 GDP 성장률을 평균 약 0.1~0.2%포인트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의 강도가 세질수록 비용은 불어났다. IMF는 대재앙 수준의 홍수가 성장률을 최대 3%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2022년 파키스탄 대홍수에 따른 손실은 전년도 GDP의 약 2.2%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극심한 가뭄은 성장률을 약 1%포인트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8년 가뭄으로 독일 라인강 수위가 급락하자 당시 독일 산업생산은 최대 1.5% 감소했고, 독일 GDP도 약 0.4% 낮아진 것으로 추산됐다.

대규모 폭풍이나 폭염은 성장률을 0.5%포인트 낮췄다. 한파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재난 이후 성장률이 반등하더라도 손실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거나 그 영향이 시간 차를 두고 나타나 GDP 수준이 이후 2년간 재난 이전 추세를 밑도는 경우가 많았다고 IMF는 짚었다.

특히 이러한 충격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지난달 대홍수가 발생한 네팔은 피해 복구와 재건에 약 5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네팔은 중국, 미국, 인도 등 주요 산업국가·온실가스 배출국들은 네팔처럼 취약한 국가에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부 장관이 “네팔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미한데도 지구적 위기의 대가를 우리가 치르고 있다”며 기후 변화 보상을 청구하는 공식 서한을 국제 파트너들에게 발송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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