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랑 사진 찍어라”…수사 절차 강화에 현장선 '한숨’

사회

이데일리,

2026년 9월 06일, 오전 05:21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제주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 이후 경찰의 실종 수색 종결 절차가 강화됐다. 단순 가출 신고라도 담당 경찰관이 실종자를 발견하면 직접 만나고 함께 찍은 사진이나 지문으로 객관적인 증거를 남겨야 수색을 종결할 수 있다.

장미란씨를 찾기 위해 지난달 20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서 경찰이 집중 수색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미란씨를 찾기 위해 지난달 20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서 경찰이 집중 수색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났다는 객관적 증거 필히 남겨야”

6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28일 전국 경찰서와 지구대에 ‘실종자 대면 확인 후 증거 제출 필수’를 골자로 한 새로운 실종 사건 수색 종결 기준을 내려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국수본은 대면 확인의 객관적 증거로 경찰과 실종자가 함께 찍은 ‘사진’ 혹은 ‘지문 인증’을 제시했다. 또한 실종자가 귀가나 소재 통보를 원하지 않으면 서면으로 의사확인서를 받는 절차도 추가했다.

기존 실종 수색 매뉴얼은 ‘대면 확인’이 원칙이었지만 성인 실종자가 만남을 거부하면 전화로 위치와 안전을 확인하고 그 사유를 시스템에 입력한 뒤 종결할 수 있었다. 위험성이 낮은 단순 가출인은 전화 확인을 통해 종결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일선 경찰들의 설명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제주 부 경장과 같은 허위 종결을 막기 위해 경찰관이 실종자를 대면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도록 했다”며 “말로만 만났다고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인증샷 찍자고 설득해야”…현장은 볼멘소리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기준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찰청 내부 익명 게시판에서 한 경찰은 “싸움 뒤 집을 나간 연인을 실종자로 신고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이런 실종자도 모두 직접 대면해 사진을 찍어야 하니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글에선 ”좋은 일로 마주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인증샷 찍자고 하니 현장에서 실종자들의 거부감이 크다“는 내용이 담겼다.

업무량이 늘었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실종 수색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보통 단순 실종신고는 신고 들어온 당일에 바로 처리를 했지만 최근엔 대면 확인 절차 때문에 처리가 늦어진다“라며 ”단순 실종 신고도 며칠 동안 실종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남아 있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는 인증 절차가 늘수록 정작 급한 실종 사건이 뒤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종철 송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증 사진 요구가 제주 부 경장 사례와 같은 부정 종결 사건을 막기 위한 단기 보완책은 될 수 있다“면서도 ”실종 수색 업무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대책이라고 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종 담당 인력은 한정적인데 모든 가출 신고를 대면으로 처리하면 꼭 찾아야 할 실종자를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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