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희 씨가 생성형 인공지능(AI)로 만든 웨딩 스냅사진. (이가희 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가희 씨(39·여)는 웨딩 스냅사진 촬영을 따로 하지 않았다. 결혼식도 생략한 채 신혼 생활 중인 이 씨는 뒤늦게라도 사진을 남기고 싶었지만 외출이 어려운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함께 촬영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이 씨는 생성형 인공지능(AI)를 활용해 남편과 반려동물이 함께한 웨딩사진을 만들었다.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이 씨는 "인물들이 완전히 똑같이 구현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잘 잡아줘서 좋았다"며 "원하는 분위기를 자유롭게 완성할 수 있고 반려동물도 스트레스 없이 함께 연출할 수 있어 추천한다"고 말했다.
비싼 웨딩촬영 대신 AI…직접 해보니 20초 만에 사진 완성
최근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고비용 웨딩촬영을 대신해 생성형 AI로 웨딩사진을 만드는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다양한 콘셉트의 사진을 제작할 수 있어서다.
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 평균 결혼서비스 비용은 2139만 원이었다. 전국 14개 지역의 결혼식장과 결혼준비대행업체 501곳을 조사한 결과다. 스드메 패키지 중간가격은 294만 원, 스튜디오 기본 서비스는 137만 원이었다.
이 같은 비용 부담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보다 저렴하게 웨딩사진을 만드는 방법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300만 원 아끼는 웨딩사진 프롬프트(작업 지시문)' '챗GPT로 특별한 웨딩사진 만들기' 등의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AI에 입력하는 프롬프트를 공유하는 한 게시물에는 댓글이 6000여 개 달렸다.
기자도 SNS에서 공유되는 프롬프트로 웨딩사진을 만들어봤다. 제미나이 무료 버전의 이미지 생성 도구에 사진과 프롬프트를 입력하자 20초도 지나지 않아 결과물이 나왔다. 얼굴의 세부 생김새가 원본 사진과 다소 다른 부분은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실제 웨딩사진처럼 자연스러웠다.
이 같은 수요에 맞춰 몇몇 AI 전문 기업들은 AI 웨딩사진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AI 웨딩사진 서비스 '웨딩피켓'을 운영하는 솔박스는 커플이 각자 사진 한 장씩 올리면 여러 콘셉트의 사진을 만들어준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출시 초기에는 이용자가 많지 않았지만 콘셉트를 늘리고 SNS 홍보를 시작하면서 매출이 많이 증가했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스튜디오에서 찍지 못한 배경이나 포즈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얼굴을 온전히 구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입력한 사진과 콘셉트가 잘 맞지 않으면 실제 얼굴과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생성된 얼굴이 본인과 많이 다르다는 불만도 간혹 접수된다"고 설명했다.
김혜진 씨가 AI를 활용해 만든 일러스트가 들어간 식권. (김혜진 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청첩장·식권에도 AI…"1만 원도 안 들었어요"
웨딩사진뿐 아니라 청첩장과 식권 등 결혼 준비 과정에서도 AI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결혼식을 가진 김혜진 씨(32·여)는 자신과 예비 신랑의 모습을 담은 캐릭터 식권을 AI로 만들었다. 웨딩홀이 제공하는 식권은 디자인이 평범한 데다 다른 부부의 식권과 섞이지 않도록 도장을 찍어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
김 씨는 SNS에서 유행한 오일파스텔풍 커플 사진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원하는 캐릭터로 식권 3종을 만드는 데 든 비용은 1만 원도 되지 않았다.
그는 "청첩장 사진과 같은 옷차림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더니 지인들이 한눈에 알아봤다"며 "어른들은 업체에서 만든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웨딩업계 높은 비용과 불투명한 거래 관행 속에서 소비자들이 새로운 선택지를 찾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웨딩 비용이 워낙 비싸고 거래 자체도 불투명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대안을 찾는 것"이라며 "먼저 이용한 사람을 보고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동조 소비가 SNS를 통해 확산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가 기존 웨딩촬영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 과정 자체를 결혼의 중요한 경험으로 여기는 소비자도 있어서다.
이 교수는 "웨딩 소비는 단순히 싼 것을 선택하는 가성비의 문제만은 아니다"며 "직접 사진을 찍는 과정도 중요한 경험이어서 모든 시장이 AI 사진으로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