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점 공정성·도입 시기·사교육 우려…수능 서·논술형 전환 쟁점 셋

사회

뉴스1,

2026년 9월 06일, 오전 06:46

국민참여위원회 위원들이 소그룹별로 대입제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국교위 제공)

국가교육위원회가 미래 대학입시 제도 개편을 위한 숙의에 착수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답 위주의 오지선다형에서 벗어나 학생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채점 공정성 확보와 도입 시기, 사교육 확대 가능성 등 풀어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는 현재 마련 중인 국가교육발전계획에 담길 미래 대입제도 개편 방향 중 하나로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30일 경기 화성에서 국교위는 전국 학생·청년, 학부모, 교육관계자, 일반국민 등 국민참여위원 180명이 참여한 1박 2일 숙의토론을 진행했다. 서·논술형 평가체제로 전환할 경우 필요한 조건과 현행 평가체제를 유지할 경우 개선해야 할 사항 등을 놓고 논의를 벌였다.

서·논술형 평가는 정답을 고르는 현행 객관식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학생이 답을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사고력과 논리력 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한두 점 차이로 대입 당락이 갈리는 수능에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채점자 따라 점수 달라진다면…기준·AI·이의신청까지 '첩첩산중'
가장 큰 쟁점은 채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현행 수능은 정답이 정해진 객관식 문항이 대부분이어서 채점자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반면 서·논술형 평가는 같은 의도라도 표현이나 논리 전개 방식이 달라 채점자의 판단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누가 채점하더라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표준화된 채점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복수의 채점자가 하나의 답안을 평가하거나 채점 결과가 일정 수준 이상 벌어질 경우 추가 채점을 실시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수 있다.

국민참여위원회 숙의 과정에서도 명확한 채점 기준과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채점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별도 창구와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규모 수험생의 답안을 제한된 기간에 채점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수십만명의 서·논술형 답안을 사람이 일일이 평가해야 하는 만큼 채점 인력과 기간,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도 과제다.

국교위가 대안으로 제안한 것이 인공지능(AI) 채점이다. AI를 활용해 답안을 분석하거나 1차 채점을 실시하고 사람이 이를 검증하는 방식 등을 적용하면 채점 부담과 채점자 간 편차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AI 채점 역시 신뢰성 검증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형화되지 않은 학생의 답변과 창의적인 사고 과정을 AI가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 AI가 내린 점수를 수험생과 학부모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등이 문제다. AI 채점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어디로 두어야 할 지도 해결과제다.

결국 서·논술형 수능 도입을 위해서는 문항 개발뿐 아니라 채점 기준 표준화부터 채점 인력 확보, AI 활용 여부, 이의신청과 사후 검증까지 하나의 채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면 도입보다 '단계적 전환' 무게…사교육 강화 우려도
도입 시기와 문항 비율도 관건이다. 대입제도는 현재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만큼 충분한 예고 기간이 필요하다. 전 과목에 서·논술형을 한꺼번에 적용할지, 일부 과목이나 문항부터 도입한 뒤 확대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서·논술형 문항의 비중과 배점도 정해야 한다.

학교 현장의 준비 기간도 필요하다. 수능이 서·논술형으로 바뀌면 학교 수업과 내신 평가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원의 문항 출제·채점 역량을 높이고 학교 간 평가 역량의 격차를 줄이는 작업도 선행돼야 한다.

차정인 국교위원장도 지난달 숙의토론 과정에서 미래 대입제도 개편을 두고 "급하게 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수능이라는 고부담 시험에 새로운 평가 방식이 추가되는 만큼 이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서·논술형 평가가 도입되면 단순 암기나 문제풀이 훈련보다 학생의 사고력과 논리력, 표현력이 중요해질 수 있지만 오히려 대학별 논술고사처럼 답안 작성 방식과 논리 전개 방법, 첨삭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이나 과외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논술형 평가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가 불안감을 느낄수록 사교육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결국 사교육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학교 수업만으로도 충분히 서·논술형 수능에 대비할 수 있는 공교육 환경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수업과 내신 평가를 서·논술형 평가와 연계하고 교사의 평가 역량을 높이는 작업이 수능 개편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국교위는 현재 수능·내신 서·논술형 평가 등을 포함한 미래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28일까지 의견수렴도 진행했다. 10월 말에는 '중장기(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공개하며, 여기에 대입 제도 개편 시안 내용도 담는다.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은 내년 3월 최종안이 확정된다.

ch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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