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한 줄도 몰랐다”…학생 돌아와도 특수 못 누리는 대학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9월 06일, 오전 07:06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정유진 수습기자] “2년 전만 해도 줄을 서서 먹었는데 지난해 말부터 손님이 확 줄었어요.”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인근에서 40년간 이어지고 있는 돈가스 가게. 정 모씨는 부모님에 이어 돈가스집을 15년째 운영 중이다. 2학기가 개강했지만 걱정이 많다. 2일 오전 11시께 점심 장사를 앞둔 정 씨의 가게 안은 손님보다 빈자리가 더 눈에 띄었다.

6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2학기 개강과 함께 학생들이 대학가로 돌아왔지만 상인들은 예년 같은 ‘개강 특수’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월세와 밥값이 함께 오르면서 학생들이 외식부터 줄이고 학식이나 저가 메뉴를 찾자 대학가 상권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양대 인근에서 10년째 24시간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박모(70대) 씨도 “예전에는 자리가 없어서 못 먹을 정도였는데 2년 전부터는 대기 줄이 없어졌다”며 “개강한 줄도 몰랐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왕십리에서 8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나모(40) 씨는 “예전에는 4~5명씩 단체로 오는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며 “분기별로 보면 매년 매출이 10%가량 줄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먹자골목 앞거리. (사진=정유진 수습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먹자골목 앞거리. (사진=정유진 수습기자)
건국대 인근도 사정은 비슷했다. 3일 낮 12시 50분께 찾은 건대 먹자골목은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했다. 식당마다 한두 테이블 정도만 손님이 앉아 있었고 학생들보다 배달 오토바이가 더 눈에 띄었다. 메뉴판 가격은 대부분 1만원 안팎이었다.

이곳에서 4년째 분식집을 운영하는 최모(50대) 씨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안 좋다”며 “물가가 오르면서 학생들이 학식을 먹거나 아예 간식이나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개강 후 손님이 늘어도 1인당 매출은 줄었다는 반응이다. 건국대 인근의 한 식당 주인은 “개강하면서 손님은 늘었지만 비빔밥 먹을 돈으로 김밥을 먹는 식”이라며 “학생들의 객단가가 줄었다”고 했다.

대학가 상권 침체는 공실률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소규모 상가 평균 공실률은 8.5%였지만 건대 상권은 11.2%로 이를 웃돌았다. 신촌·이대 상권은 1분기 15.1%에서 2분기 19.5%로 뛰었다. 같은 기간 홍대·합정은 13.0%에서 14.9%, 서울대입구역은 9.6%에서 10.4%로 각각 높아졌다.

◇월세에 밥값까지…“한 끼 7000원도 부담”

학생들이 월세와 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줄이기 쉬운 식비부터 아끼는 모습이다.

건국대 3학년 김모(23) 씨는 “월세와 관리비로 매달 6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며 “”생활비 대부분이 식비로 나가는데 밥값이 많이 올라 학식이나 한 끼 7000원 이하 메뉴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장모(23) 씨도 ”한 끼에 1만~1만 5000원을 써야 하는 외식은 부담스럽다“며 ”배달 음식을 시킬 때도 할인 메뉴를 찾거나 양이 많은 음식을 주문해 두 번에 나눠 먹는다“고 했다.

실제 대학생들의 주거비와 외식비 부담은 모두 커졌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요 10개 대학가 원룸의 평균 월세는 62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7.7% 올랐다. 평균 관리비도 같은 기간 10.9% 상승했다.

물가도 오름세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가운데 외식 물가도 2.7% 올랐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월세처럼 줄이기 어려운 고정비가 오르면 한정된 돈 안에서 외식처럼 조절할 수 있는 소비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며 ”학식이나 편의점 간편식 등 저렴한 대체 수단을 찾는 소비 변화가 대학가 상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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