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 수사를 맡았던 전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장 A경정이 지난 7월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은 소위 ‘장윤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상피제 지침을 준비해왔다. 당초 경찰은 경찰의 직계 존·비속이 사건관계인인 사건에 대해서만 상피제를 적용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수사개혁위원회가 상피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적용대상을 형제·자매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이를 수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수사관은 해당 사건의 수사가 진행되는 경찰관서에 근무하는 경찰관(최근 3년 내 근무한 경우 포함)의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로 확인된 사건에 대해 회피신청을 하고 시·도 경찰청의 지휘를 받아 동일 법원 관할 내 다른 경찰관서로 사건을 이송해야 한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계속 수사가 필요한 경우나 긴급체포·현행범체포 후 구속하는 경우 등 예외적으로 이송하지 않고 계속 수사하는 경우에는 시·도경찰청장의 승인을 받고 매월 처리 적절성 및 이송 필요성을 점검받도록 했다.
상피제 시행으로 인해 경찰 가족 사건을 해당 관서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실효성 논란이 남는다. 당사자의 자발적인 신고 외에 가족관계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데에는 개인정보 보호 등의 문제로 한계가 있어서다.
경찰청 관계자는 “당사자로선 사건 진행이 알려지는 게 싫을 수 있다”며 “개인정보라 이를 일괄적으로 조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문의가 오거나 경찰 가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 회피하라는 지침”이라고 말했다.
정영훈 수사개혁위 위원은 “개인정보를 모두 확인토록 하기는 법률적 한계가 있다”면서도 “지침을 시행하게 되면 향후 문제가 됐을 때 징계 등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완벽하진 않더라도 충분히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상피제는 도입키로 했지만 장윤기 사건으로 촉발된 친족특례 폐지 논의는 답보 상태다. 친족특례는 가족이나 친족을 보호하기 위해 범인의 도피를 돕거나 증거를 없애는 행위를 했더라도 형사처벌을 면제 또는 감경하는 제도다. 국회에는 장윤기 사건 이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친족간 특례 규정을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지난 7월 2일 관련 개정안을 가장 먼저 제출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형법 제151·155조의 친족특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친족특례 조항은 남겨두되, 현직 검사·사법경찰이거나 형사사법 업무에 종사했던 사람인 경우 이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친족 간 증거 인멸을 재량적 규정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안을, 같은 당 권향엽 의원은 친족특례에 형량 감경의 근거를 신설해 처벌 가능성을 열어두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냈다. 다만 이들 법안 모두 아직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 전이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범죄 피해자의 권리 회복과 시대 변화를 고려했을 때 이에 맞게 친족특례 제도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족의 범죄를 숨겨주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가능성이 낮아 친족특례를 일괄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이나 경찰 등 형사사법 종사자들은 직업 본연의 특성과 관련된 부분인 만큼 친족특례 적용에서 예외를 두는 게 수사 업무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