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생회관에서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먹고 있다. 2026.9.8 © 뉴스1 이상혁 수습기자
"양질의 식사를 무료로 할 수 있는 곳이 여기뿐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이용하고 있어요." 8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성북구 성복중앙교회에서 무료 아침밥을 먹던 고려대 재학생 오승주 씨(21·남)는 "학식도 7000원씩 해서 싸게 사 먹기가 쉽지 않으니, 아침은 여기서 해결한다"고 말했다. 오 씨는 이곳에서 무료로 아침 식사를 한 후, 고려대로 이동해 '천원의 아침밥'을 포장한다. 포장한 식사는 점심으로 먹고 저녁은 거른다.
고물가 시대에 국밥 한 그릇도 1만 원을 넘어서면서, 경제력이 떨어지는 청년들이 끼니를 때우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됐다. 개강한 대학가에선 청년들이 무료 아침밥이나 값싼 학식을 먹을 수 있는 곳, 가성비가 좋은 '무한리필' 식당 목록을 공유하며 고물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식당 가격표 보면 입맛 떨어져"…14년째 무료 아침밥 주는 교회 '북적'
고려대 인근에 있는 성복중앙교회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무료 아침밥' 성지다. 이 교회는 2013년부터 평일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평균 80~100명이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데, 이용객 중 대다수가 대학생, 취업준비생, 외국인 유학생 등 20대 청년이다.
이곳은 집밥 같은 구성의 따뜻한 한 상을 먹을 수 있어 자취하는 청년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날도 배식대에는 두 가지 종료의 김치, 샐러드, 버섯볶음, 명태채 볶음, 오리 훈제구이, 방울토마토 등이 마련돼 있었다. 지역에서 상경한 청년들이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원칙하에 단백질, 섬유질이 고른 식단을 구성한다는 게 교회 측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만난 청년들은 아침은 무료 아침밥으로 때우고,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천원의 아침밥'을 포장해 점심에 먹는다고 설명했다. 이후 저녁 한 끼만 학식이나 외부에서 사 먹는 게 이들의 삼시 세끼 루틴이다. 천원의 아침밥은 식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이 1000원에 아침밥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아침 식사를 한 후 천원의 아침밥을 포장하러 간다는 오 씨는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에는 이렇게 밥이 비싼 줄 몰랐다"며 "주변에선 천원의 아침밥을 먹고 점심이나 저녁 중 한 끼만 사 먹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무료 아침밥, 천원의 아침밥으로 두 끼니 정도 때운 후에 저녁은 굶는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
2주 전부터 성복중앙교회에서 아침밥을 해결하고 있다는 고려대 재학생 정하연 씨(21·여)는 "어제도 점심에 밥 한 번 사먹으니 2만 3000원이 나왔다. (자취를 하다보니) 점심은 사 먹게 되는데 한 달에 30~40만 원이 식비로 나가니 생활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라며 "어쨌든 사람이 밥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식당 가격표를 보면 입맛이 싹 떨어져서 저녁을 안 먹고 있다"고 했다.
길성운 성복중앙교회 담임목사는 "학교 내 학식도 반찬 가짓수대로 돈을 받으니,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이 콩자반을 집는 것도 고민이 된다고 했다. 그걸 듣고 고민하다가 무료 아침밥을 시작했다"며 "청년들의 고통과 지방 유학생들의 고난이 없어지면 저희가 이 사업을 그만두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8일 서울 성북구 성복중앙교회의 무료 아침밥 배식대에 반찬들이 놓여 있다. 2026.9.8 © 뉴스1 이상혁 수습기자
대학가 '천원의 아침밥' 50명 대기 줄…'가성비 식당' 목록 공유도
이날 오전 8시 30분쯤 고려대 학생회관의 식당도 1000원으로 아침밥을 먹으려는 학생들로 붐볐다. 50여 명의 학생이 키오스크 앞에 길게 줄을 서 새송이 불고기 주먹밥을 받아갔다. 이를 아침밥으로 바로 먹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나중에 먹으려고 포장하는 이들도 많았다.
고려대 재학생인 신현 씨(21·여)는 "평소에 저렴하다고 생각한 김밥도 '생각보다 많이 비싸졌다'는 생각이 들어 고물가가 체감된다"며 "통학을 해야해서 수업 들어가기 전에 천원의 아침밥을 포장해 가는 편"이라고 했다.
이들은 식비를 줄일 방법이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오상진 씨(20·남)는 "일주일에 서너 번은 천원의 아침밥을 먹는다. 저렴하기도 하고 아침에 먹기엔 이만한 게 없는 것 같다"며 "지난해보다도 식당 음식값들이 500원에서 1000원은 다 올랐으니 식비 절약할 방법이 이것 말곤 확실히 별로 없다"고 했다.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등에는 개강을 맞아 식비를 아낄 수 있는 가성비 식당 목록이 공유되고 있다.
고려대 에브리타임엔 전날(7일) '기억에 남았던 무한리필 식당들 짧은 모임'이란 제목으로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필자는 돈이 많지 않아 성복중앙교회와 천원 학식을 주로 이용한다"며 10개의 가성비 식당을 소개했다. 대부분 1만 원 이하에 밥이나 반찬이 무한리필 되는 식당들이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선 냉면 1만 2692원, 비빔밥 1만 1769원, 칼국수 1만 38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김밥도 3869원으로 오르며 4000원대를 앞둔 모습이다.
고려대 에브리타임 갈무리
sinjenny97@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