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느는데 건보료 동결…"가계부담 경감" vs "미래세대 부담"

사회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08일, PM 06:57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다. 국민 부담을 고려한 결정이지만 고령화로 의료비가 빠르게 늘고 보장성 확대까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보험료 수입을 묶어두는 것이 지속가능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은 가계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재정 수입 확충을 미룬 만큼 향후 보험료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7.19%로 결정했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도 올해와 같은 211.5원으로 동결했다. 올해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은 지난해(7.09%)보다 0.1%포인트 오른 7.19%로, 전년 대비 1.48% 인상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그래픽= 이미나 기자)
건보료 인상률은 최근 5년간 2022년 1.89%, 2023년 1.49%, 2024년 0%, 2025년 0%, 올해 1.48%였다. 2024·2025년 2년 연속 동결한 뒤 올해 인상했지만 내년 다시 동결로 돌아선 셈이다.

문제는 건보 재정의 수입 증가세가 지출 증가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전년 대비 1% 올릴 경우 연간 약 8300억~8500억원의 추가 보험료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보험료율을 동결하면서 그만큼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기회도 사라진 셈이다.

건보 재정은 아직 흑자지만 여유 폭은 빠르게 줄고 있다. 당기수지 흑자는 2023년 4조 1000억원에서 2024년 1조 7244억원, 지난해 4996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누적 준비금은 30조 2217억원이다. 고령 인구 증가로 의료 이용과 진료비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중장기적인 재정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서도 동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날 “중장기 재정 여건을 외면한 채 보험료 동결을 추진하는 데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적정 수준의 보험료율 인상을 요구했다. 고령화로 의료 이용이 늘고 필수의료 투자와 급여 확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원 확충 없이 지출만 늘리면 결국 미래 세대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정부가 법정 국고지원 책임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역시 새로운 건보 지출을 결정할 때 기회비용과 재정 지속가능성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보험료율 동결 여부와 별개로 급여 확대에 앞서 국고 지원 확대 등 안정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정 지출 수요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건강보험 보장 1단계 혁신방안’을 의결해 희귀·중증난치질환과 중증 당뇨병 환자 등 약 197만명의 보장을 확대키로 했다. 특히 희귀·중증난치질환자의 산정특례 본인부담률을 현행 10%에서 올해 12월 7%, 2028년 상반기 5%로 단계적으로 낮춘다. 이를 포함한 보장성 확대에 연간 6000억~8000억원의 건보 재정이 투입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보험료율을 동결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5년간 건보 당기수지가 흑자를 유지했고 지난해 말 기준 준비금도 약 30조 2000억원으로 3.5개월치 급여비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내년도 정부지원이 약 1조 1000억원 늘고 최근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라 보험료 수입 증가도 기대된다고 봤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고지원율 14%를 지키지 못했지만 총액으로 보면 국고지원이 늘었고 추가 세수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며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의료비가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요인들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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