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책 1631권 '폭풍 구매'…베스트셀러 만든 유명 작가의 꼼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09일, PM 11:46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자신이 출간한 책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리기 위해 1600여권을 사재기한 유명 에세이 작가가 재판에 넘겨졌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12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경제주식투자 코너를 찾은 시민들이 관련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12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경제주식투자 코너를 찾은 시민들이 관련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9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로 40대 작가 A씨와 50대 출판사 대표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24년 3월부터 7월까지 A씨가 출간한 신간의 판매량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한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유지하기 위해 책 1631권을 부당하게 구매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책을 구매할 자금을 B씨에게 건네면 B씨가 전국 각지의 해당 서점 매장을 돌며 책을 반복·분산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같은 매장에서 반복적으로 책을 사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직원이 교대한 뒤 다시 구매하거나, 일부러 책의 포장을 훼손한 뒤 ‘파본’을 구매한다는 이유를 대는 등 범행을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해당 서점은 회원 한 명이 같은 날 같은 책을 여러 권 구입하면 판매량을 1권으로 집계하는 등 사재기 방지 장치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회원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반복적으로 책을 구매하는 방식까지 걸러낼 제도적 장치는 미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사들인 책은 범행 기간 전체 판매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해당 책은 이 기간 총 1만1135권 판매됐는데 이 가운데 약 14%인 1631권이 사재기로 구매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 사재기 이후 해당 책의 분야별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는 기존 3~4위권에서 2~3위권으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 등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경우 얻는 홍보 효과가 직접 광고비를 지출하는 것보다 크다고 보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A씨와 B씨는 과거 A씨의 다른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이로 B씨가 운영하는 출판사는 이번 사재기 대상이 된 책의 출판사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경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보완수사를 벌여 구체적인 구매 방식 등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문화산업의 건전한 유통 질서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사재기 등 불공정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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