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강아지(사진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 뉴스1
"병원비가 너무 비싸서 못 키운다", "휴가철이면 반려동물을 버린다"는 얘기가 종종 나온다. 하지만 이처럼 한두 가지 요인을 유기동물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단정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호소에 들어오는 동물의 발생 경로와 보호자가 키우던 동물의 사육을 포기하는 이유를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실효성 있는 유기 예방책도 마련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려동물 유기 방지를 위한 간담회'에서는 유기동물 발생 원인과 예방 대책을 놓고 정부와 동물보호단체, 수의학계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간담회는 이재관·서삼석·윤준병·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유실·유기동물 발생은 최근 5년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온 유실·유기동물은 9만5685마리로 전년보다 10.4% 줄었다. 구조된 동물의 비율은 개(70.4%), 고양이(28.2%), 기타(1.4%) 순이다.
보호소엔 어린 믹스견 다수…비계획적 번식 관리해야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 가능한 보호견의 상당수가 믹스견이다(사진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 뉴스1
이날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입양 가능한 보호견의 86.8%가 믹스견이다. 보호 현장에서는 특히 백구·황구 등으로 불리는 어린 대형 믹스견의 유입이 두드러진다.
마당개나 밭지킴이견 등 실외사육견의 비계획적 번식이 이 같은 보호소 유입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번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개들이 교미해 새끼를 낳고, 이들이 보호소로 유입되는 구조다.
조윤주 한국보호동물의학연구원 대표는 "언론에서 유기동물 발생을 이야기할 때 타깃은 말티즈(몰티즈)나 푸들인데, 실제 보호소 입소 동물 대부분은 어린 믹스견"이라고 지적했다.
유기동물 발생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으면 실제 현장과 맞지 않는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조 대표는 실외사육견 정책도 중성화 수술 지원에 그치지 않고 울타리 설치 등 탈출·교미 방지와 사육환경 개선을 포함한 번식 관리 정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키우다 왜 포기하나…정작 국내실태조사 '공백'
이와 별개로 보호자가 실제 키우던 동물의 사육을 포기하는 이유도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국민의식조사 등을 통해 반려동물 양육 포기를 고려한 경험과 이유를 조사하고 있지만, 실제 사육을 포기한 사례를 토대로 원인을 추적한 국내 자료는 부족하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사육 포기 원인에 대한 실증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는 실제 동물을 포기한 사례를 토대로 사육 포기 사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들 연구에서는 동물 자체의 문제보다 소유자의 생활 여건이나 상황 등 소유자 측 요인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실제 사육 포기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며 관련 자료를 축적해야 원인에 맞는 예방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비 비싸서 버린다?…전문가들 '신중론'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반려동물 유기 방지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수의사인 최연식 한국폴리텍대학 바이오캠퍼스 교수도 의료비와 유기의 연관성을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당초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과 유기 문제를 주제로 발표를 준비했다는 최 교수는 이날 토론을 들은 뒤 "의료비 때문에 유기가 발생한다는 것이 맞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최 교수는 "동물병원에서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경우를 살펴보면 급성 췌장염이나 장기 출혈 등 생사를 오가는 응급질환으로 집중적인 검사와 입원, 처치 등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의료비 부담을 동물 유기의 원인으로 곧바로 연결하는 데는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가족이라면 응급상황에서 의료비가 비싸다고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은 공공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만큼 비용 부담과 함께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는 문화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지원책은 별도로 필요하다고 봤다. 최 교수는 경제적인 이유로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 등을 위해 공공에서 의료비 바우처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경철 농림축산식품부 개식용종식추진단장도 의료비 때문에 파양이 많다는 주장이 실제 성립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 공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유기동물 문제를 줄이려면 발생 원인을 세분화하고 각각에 맞는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실외사육견의 비계획적 번식에는 번식 관리와 사육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별개로 보호자가 키우던 동물을 포기하는 경우에는 실제 원인을 조사하고 행동 상담과 교육, 경제적 지원, 재입양 연계 등 상황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관 의원은 "유기 행위에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사육 포기와 유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단계부터 책임 있는 입양이 이뤄지고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보호자가 동물을 포기하기 전에 상담과 교육, 의료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제시된 의견을 토대로 정책과 법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을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해피펫]
badook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