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가족부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의 삭제 요청 정보를 외부 사이트에 유출한 구글에 위법 사항 확인 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지난 8월 25일 피해자와 지원기관이 구글에 제출한 정보의 일부가 ㄹ(가명)사이트에 무단으로 공개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구글은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정부는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성평등부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과 함께 성폭력처벌법,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영상물이 더 이상 확산하지 않기를 바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삭제를 요청한다"며 "그 과정에서 제출한 민감한 정보와 삭제 요청이 또 다른 공간에 공개됐다면 이는 피해자에게 또 한 번의 피해를 가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구글에도 분명히 말씀드린다. 이번 일은 단순한 시스템상의 오류나 실수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라며 "구글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피해자와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글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이라면 피해자의 민감정보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처리해야 할 책임이 더욱 무겁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촬영물 등을 소지·시청하는 행위도 성폭력처벌법상의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추가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성평등부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 로스쿨 산하 연구기관의 프로젝트 사이트 ㄹ에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물 피해자들의 삭제 요청과 신상 정보가 원문 그대로 게시됐다.
피해자를 대신해 성평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가 구글에 제출한 삭제 요청 정보도 일부 공개된 것으로 파악됐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달 25일 피해 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한 뒤 구글과 ㄹ사이트에 정보 삭제와 차단을 요구하고 방미심위를 통해 긴급 차단에 나섰다.
지난달 28일에는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 10여 건을 우선 차단했고 이달 1일까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으로 검색되는 관련 게시물 200여 건 전체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성평등부는 지난 5일 원민경 장관 주재로 구글코리아 부사장 등이 참석한 대면회의를 열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피해 규모와 정보 유출 경위, 조치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청취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도 요청했다.
정부 조치에 따라 지난 7일 새벽 1시부터는 한국 피해자와 정부 기관이 구글에 제출한 삭제 요청 관련 내용 일체가 해당 사이트에서 보이지 않는 상태다.
구글은 재발방지와 정보 보호 확약을 요구한 성평등부 요청에 따라 지난 9일 신뢰·안전 부문 글로벌 부사장 명의의 '재발 방지 조치 이행' 등을 약속하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제출했다.
구글을 통한 피해영상물 삭제 지원은 정보 유출 인지 이후 잠정 중단했다가 구글 서한을 확보한 뒤 재개했다.
원 장관은 "정부는 이번 조치만으로 사안을 끝내지 않겠다"며 "구글의 재발방지대책이 실효성 있게 마련되고 실제로 이행되는지 끝까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의도치 않게 일부 정보가 삭제 처리되지 않고 ㄹ사이트 데이터베이스에 공유됐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피해자분들의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