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한민국 법원의날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조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이러한 헌법적 사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우리 사법부에 주어진 변함없는 책무”라며 “법원의 날을 맞아 그 소중한 의미를 다시 새기며 법원은 사법권을 오직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행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법원 구성원들을 향해서도 사회적 갈등이 첨예할수록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대법원장은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 날로 늘어나고 있고 사회적 갈등과 극심한 대립이 재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며 “이처럼 갈등이 첨예할수록 법원은 더욱 흔들림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맡은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록 그 노력의 결실이 당장 드러나지 않거나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본연의 사명을 충실히 다한다면 국민으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사법부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사법권 독립이 압력과 간섭 속에서 시험받아 온 역사도 짚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909년 일본에 사법권을 빼앗긴 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지 못했고 1948년 제헌헌법과 같은 해 9월 13일 미군정으로부터의 사법권 이양을 통해 삼권분립과 사법권 독립의 원칙이 제도적 실체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그 이후로도 사법권의 독립이 언제나 온전히 지켜졌던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 수립 초기부터 산업화와 군사정권의 격동기를 거쳐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사법권의 독립은 갖가지 압력과 간섭 속에서 끊임없이 시험받아 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사법권 독립의 가치를 지켜온 배경으로는 “사법부의 역할과 사명을 믿고 지지해 주신 국민의 신뢰와 성원”과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수많은 법원 구성원의 용기와 헌신”을 꼽았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와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한 과제도 제시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사법권 독립의 토대 위에서 본연의 사명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민 누구나 어려움 없이 법원의 문을 두드리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전국 각지의 가정법원·회생법원 확충과 해사국제상사법원 개원 준비, 노동법원을 비롯한 전문법원 설치 연구를 언급했다. 감정절차 관리제도 적용 확대와 ‘민생사건 적시처리부’ 운영을 통해 국민의 일상과 밀접한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재판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사법 정의가 적시에 실현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사법지원 확대, 범죄피해자 증인지원제도 확충과 절차참여권 강화, 가정법원의 후견적·복지적 역할 확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사법접근성 개선 노력도 소개했다.
또 차세대 전자소송과 형사전자소송 구축에 이어 “재판지원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고도화해 재판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국민의 사법정보 접근성과 이용 편의 또한 증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는 16일부터 나흘간 국내에서 열리는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도 언급했다. 조 대법원장은 약 40개국의 대법원장과 대법관, 10여 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회의에서 사법부의 역할과 인공지능 활용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 구성원에 대한 지원 의지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과정에서 법원 구성원들이 때로는 개인의 힘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에 직면하기도 한다”며 “법원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꾸준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고(故) 신종오 판사를 추모하며 “안타깝게도 우리 곁을 떠나신 고(故) 신종오 판사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언제나 국민의 입장에서 깊이 고민하셨던 고인의 헌신과 뜻을 우리 모두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고(故) 신종오 판사 딸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백주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