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1 김민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청 직제안과 검사정원법 시행령 개정안의 수정·보완을 지시하면서 법무·검찰에 비상이 걸렸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출범을 불과 3주 앞두고 조직의 설계도 격인 직제와 인력 규모가 다시 수술대에 오르면서, 후속 인사와 업무 이관 작업도 줄줄이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프랑스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주요 현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공소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제정안(공소청 직제안)과 '검사정원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법무부를 질타하며 대대적인 보완을 지시했다.
검찰의 직접·보완 수사권을 폐지했는데도 검사 정원은 현행대로 유지하고, 경찰 수사를 심사하는 조직을 '사법통제부'로 명명한 것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여권에서 "검찰개혁 후퇴"라는 반발이 확산하자 이 대통령이 직접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가 지난 4일 입법예고한 공소청 직제안은 검찰의 총정원을 현재 1만706명에서 8412명으로 21.4%(2294명) 축소하되, 검사 정원은 현행 2292명을 유지하도록 했다. 또 범죄정보기획관실과 인지·합동수사부서 등 수사 조직을 폐지하는 대신 전국 18개 지방공소청에는 경찰 등의 불송치 사건을 점검하는 '사법통제부'를 두도록 했다.
이 대통령의 불호령에 법무부는 즉각 재검토에 착수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법통제부는 '불송치 사건 검토부' 등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하라는 이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명칭을 손질하면 되지만, 정원 감축은 인력을 원점 재배분해야 하는 데다 형사사법서비스에 대한 영향까지 고려해야 해 재작업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히 법무부가 검사 정원을 현행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만큼, '정원 감축'에 방점이 찍힌 이 대통령의 지시에 법무·검찰 안팎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6일 실질적인 공소유지를 위해선 '1검사 1재판부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검사 정원을 최소 281명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검사정원법상 검사 정원은 2014년 개정 이후 12년째 2292명으로 동결 중이다. 반면 법관 정원은 오는 2029년까지 370명이 더 늘어 100개 이상의 형사재판부가 증설될 예정이다. 최근 10년간 형사재판부는 439개에서 581개로 32% 늘었지만, 같은 기간 공판검사는 249명에서 300명으로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법관과 검사의 정원 불균형이 10년 넘게 누적되면서 검사 1명이 재판부 2곳을 떠맡는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0월2일 검찰이 수사에서 손을 완전히 떼면 공판검사는 자신이 수사하지 않은 사건을 기록만으로 처음부터 파악해 법정에 서야 한다. 법무부가 검사 정원을 늘려 '1검사 1재판부'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법무부는 공판 인력을 유지·보강하는 대신 다른 부서의 검사 정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직제안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수사권 폐지가 곧 업무 감소를 뜻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의 업무진단 결과, 직접수사 업무 비중을 따져 감축할 수 있는 검사는 80여명 수준에 그쳤다. 기존 검사실은 직접·보완수사 외에도 영장 심사와 송치·불송치 기록 검토, 기소·불기소 처분, 범죄수익 환수 등을 함께 담당하는 '일인다역' 체제였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 2026.9.1 © 뉴스1 이재명 기자
한 일선 검사는 "수사권만 없어졌을 뿐 검사가 해야 할 일은 줄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당사자를 불러 간단히 확인하고 끝낼 사안도 앞으로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부족한 부분을 찾아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결과를 다시 받아야 한다. 절차가 늘어 오히려 품이 더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검사를 경찰이 보낸 사건의 오타나 확인해 법원으로 넘기는 역할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특검 파견과 사직 증가로 검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원까지 줄이면 사건 처리 전반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불송치 사건 심사 부서 정원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한 차장검사는 "보완수사를 제대로 요구하려면 기록 전체를 꼼꼼히 검토해 무엇이 부족한지 찾아내야 한다"며 "그동안 충분히 살피지 못했던 불송치 사건을 전담 심사해 수사기관을 견제하고 사건 암장을 막겠다는 것이 사법통제부의 취지인데, 정작 인력을 줄이면 그 기능을 어떻게 수행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검사 정원 감축이 청년 법조인의 공직 진출 기회를 좁히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 한 부부장검사는 "검사는 법적으로 신분이 보장돼 있어 현직을 인위적으로 내보내기 어렵다"며 "결국 정원을 줄이려면 신규 임용부터 축소할 수밖에 없는데, 취업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겠나"고 꼬집었다.
법조계에서는 검사 정원을 일률적으로 줄이기보다 공소청의 실제 업무량과 필요 인력을 확인한 뒤 단계적으로 조직 몸집을 확정하는 '연착륙 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근우 가천대 로스쿨 교수는 "지금 당장 검사 숫자를 줄이는 것은 무언가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에 가깝다"며 "특검 파견으로 쌓인 사건과 14만 건이 넘는 미제를 수습하고, 일부 진행 중 수사를 마무리하도록 한 90일의 경과조치를 거친 뒤 공소청에 필요한 인원을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청과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인력이 이동한 뒤 신규 임용을 조절하면 정원은 자연스럽게 줄여갈 수 있다"며 "공소청에 얼마나 업무가 몰리고 필요한 인력이 몇 명인지 분석한 뒤 신규 임용을 줄여 서서히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