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석 앉은 윤석열 전 대통령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11일 범인도피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이 범인의 도피를 직접 돕거나 용이하게 한 행위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에게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채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사단장까지 처벌하는 데 대해 화를 내고 이 전 장관을 질책한 사실과 이 전 장관의 재기용을 검토한 사실을 인정했다. 같은 해 11월 19일 윤 전 대통령은 조 전 실장에게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라고 지시했고, 인사검증과 공관장 자격심사 등을 거쳐 이 전 장관은 2024년 3월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됐다.
다만 재판부는 이 같은 사실만으로 윤 전 대통령에게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이종섭 출금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임명 지시가 내려졌다며 “그 자체만으로 도피 의사나 목적을 가지고 추진한 것으로 보기에는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대통령실과 외교부 관계자들이 법무부가 출국금지 사실을 처음 인지한 2024년 3월 5일 이전까지 이를 알지 못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당시 이 전 장관에 대해 가진 인식도 “공수처 고발돼 논란된 사람 정도라는 추상적 인식에 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아무런 수사가 진행되지 않아 형사처벌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서 이종섭을 대사로 임명해 공수처 수사를 전면 저지·방해하려는 의사를 추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사 임명, 범인 도피 행위 아냐”
호주대사 임명 자체도 범인도피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사로 부임하는 것이 숨기거나 두절한 채 잠적하는 통상 도피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소재 공식성 측면에서는 국내보다 오히려 명확하다. 대사 임명이 해외 출국이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발견 곤란 상태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수사기관의 소환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사정 역시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다소간 시간 지연 위험까지 포괄하는 것은 범인도피를 부당하게 확장하는 것”이라며 “소환에 응답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은 소재 자체를 발견하지 못할 위험과는 성질을 달리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실제 출국 과정에 개입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행위는 “이종섭을 임명하라는 지시에 그치고” 대통령실 인사검증과 출국금지 해제 등 개별 절차에 “관여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전 실장과 장 전 차관, 이 전 비서관 역시 이 전 장관의 도피에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전 실장에 대해 “이종섭 수사 회피·도피에 관해 다른 피고인과 의사 연락이 있었다는 증거도 없다”고 봤고, 장 전 차관 역시 상급자의 결정을 전달하는 등 통상적인 직무 수행을 넘어 적극적으로 도피를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비서관의 인사검증 역시 “부실 검증하거나 범인도피에 공모·가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 전 장관과 심 전 차관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부당하게 해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의 공관장 자격심사를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전부 무죄 판단한 법원에…尹 대리인단 “올바른 판결”
결국 재판부는 “범인도피는 피고인들에 대해 전부 증거가 없어서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장관 임명 과정의 국가공무원법 위반과 출국금지 해제 과정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윤 전 대통령 등 피고인 6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은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정치적 구호나 수사기관의 주장에 휩쓸리지 않고 법과 기록을 토대로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한 올바른 판결”이라며 “채해병 특검 역시 이제 무리한 형사재판을 이어가기보다 이번 무죄 판결의 법리와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