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끊긴 동물원서 겨우 격리했는데…26마리 다시 돌아갈 수도

사회

뉴스1,

2026년 September 11일, PM 05:24

안산시 소재 실내동물원 영업 당시 모습. 환경 관리와 건강관리가 부실해 시민들의 민원이 이어졌다(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전기 공급마저 끊긴 실내동물원에서 방치되던 동물 26마리가 지자체의 적극적인 조치로 긴급 격리됐다. 하지만 어렵게 동물들을 시설에서 빼내고도 소유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적절한 보호시설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동물원에서 동물의 긴급 구호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분리·보호할지 구체적인 제도가 부족한 데다 격리 이후 안정적인 보호처로 이전하기 위한 절차도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동물자유연대와 안산시 등에 따르면 경기 안산의 한 실내동물원에서 전시되던 동물 17종 26마리가 지난달 말 긴급 격리돼 현재 안산시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받고 있다.

격리된 동물은 친칠라와 토끼, 자칼, 붉은여우, 라쿤, 미어캣, 코아티, 알파카, 미니돼지, 거북이 등이다.

안산시 소재 실내동물원 영업 당시 모습. 피부 질환에 걸린 기니피그(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안산시 소재 실내동물원 영업 당시 모습. 비위생적으로 관리되는 토끼 사육장(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해당 동물원은 월세가 1년가량 밀린 데 이어 지난달 28일부터 전기 공급까지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악취 등 민원이 이어지자, 건물주가 안산시에 상황을 알렸다.

안산시 농업정책과 동물보호팀과 환경정책과 환경생태팀은 수의사와 함께 현장을 확인했다. 시설에서는 죽은 토끼가 발견됐고 일부 동물은 야위거나 건강 상태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시는 앞서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하고 업주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동물보호팀은 동물들의 상태를 고려해 동물보호법에 따른 피학대동물 격리 조치를 결정했다. 다양한 전시동물을 한꺼번에 격리한 것은 이례적인 조치다.

갈 곳 있는데도 못 간다…소유권이 '벽'

안산시 소재 실내동물원 영업 당시 자칼들이 사육장 안에서 경계하는 모습(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체험용으로 개방된 곳에 풀려있는 토끼들이 모여있다(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문제는 격리 이후다.

현재 동물들이 머무는 안산시 동물보호센터는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생태적 특성이 서로 다른 17종을 장기간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부 동물은 옮겨갈 곳도 찾았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국립생태원은 일부 개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나머지 동물도 다른 시설과 연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전에는 소유권 문제가 남아 있다. 피학대동물 격리는 소유권을 박탈하는 조치가 아니어서 업주가 소유권을 포기하거나 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안정적인 보호시설로 옮기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안산시는 관련 부서가 협의해 후속 조치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동물보호팀은 동물들의 상태를 확인해 격리 기간 등을 검토하고 있다. 동물원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환경정책과도 업주와의 연락과 행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안산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동물원 영업을 정리하거나 폐원하려면 보유 동물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필요하다"며 "소유권 포기를 직접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지만 관련 부서가 협의해 동물들의 향후 거처 문제 등을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렵게 격리해도 그다음은?…동물원법 '빈틈'

체험용으로 전시장 내부를 돌아다니던 알파카가 엎드려 쉬고 있다(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이번 사례는 전시동물 보호를 둘러싼 제도적 공백도 드러냈다.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2023년 12월 전면 개정 시행됐고 동물원 운영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강화됐다.

하지만 동물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거나 동물이 방치돼 긴급한 구호가 필요한 상황에서 동물을 어떤 기준과 절차로 분리·보호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조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도 별도의 전시동물 긴급보호 체계가 작동한 것이 아니라 안산시 동물보호팀이 동물보호법을 근거로 피학대동물을 격리했다.

하지만 소유권이 정리되지 않으면 적절한 보호시설을 확보하고도 안정적인 이전이 어렵다. 최악의 경우 격리 기간이 끝난 뒤 동물들이 다시 기존 동물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이슈행동팀장은 "안산시 동물보호팀의 적극적인 판단으로 방치된 동물들을 신속하게 격리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적합한 보호시설로 옮기려면 소유권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만큼 동물원 관리·감독 부서인 환경정책과도 적극적으로 나서 동물들이 안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동물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법을 개정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법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동물이 방치되는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구조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피펫]

badook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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