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트럭은 앞선 차량 사이를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고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차량과 충돌할 뻔한 순간도 이어졌다. 뒤에서는 경찰차가 바짝 따라붙었다.
경찰이 쫓던 트럭의 운전자는 파주시청에서 근무하던 공무원 진모씨. 그는 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경찰을 피해 달아나고 있었던 걸까.
2012년 9월 10일 경찰의 추격을 받던 파란색 트럭이 경찰차를 피해 지나가고 있다. (사진=MBN 보도 캡처)
진씨(46)는 2012년 9월 7일 오후 8시께 경기 파주시 금촌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외출했다 돌아온 아내 김모씨(44)와 마주쳤다.
부부는 평소 고부 갈등과 김씨의 귀가 시간을 두고 다툼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혼자 술을 마시고 있던 진씨가 아내의 늦은 귀가를 문제 삼으면서 언쟁이 시작됐다.
말다툼이 격해지자 진씨는 마시던 소주병으로 김씨의 머리를 때렸다. 김씨가 정신을 잃자 진씨는 집에 있던 흉기로 아내를 살해했다.
진씨는 아내의 시신을 안방 욕실로 옮긴 뒤 집 밖으로 옮기기 쉽도록 훼손해 비닐봉지와 등산용 가방 등에 나눠 담았다.
그러는 사이 학원에 간 두 자녀가 돌아올 시간이 다가왔고 진씨는 시신을 곧바로 옮기는 대신 아이들에게 연락해 집 밖에서 만나 식사를 했다.
아이들이 “엄마는 어디 갔느냐”고 묻자 “조금 늦게 들어올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후 자녀들과 함께 귀가한 진씨는 자녀들이 잠든 뒤인 다음 날 새벽 4시께 시신이 담긴 비닐봉지와 가방을 들고 집을 빠져나갔다.
아파트 비상계단 CCTV에 포착된 진씨의 모습. (사진=채널A 보도 캡처)
그는 범행을 감추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 아내가 사라졌다며 직접 가출 신고도 했다. 아내가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 이후 진씨와 연락이 제대로 닿지 않자 이를 수상하게 여겼다.
아파트 주변 CCTV를 확인하던 경찰은 새벽 시간 큰 가방과 비닐봉지를 든 진씨가 비상계단을 빠져나가는 장면을 발견했다.
이어 집 출입문과 화장실 등에서도 혈흔이 발견되면서 경찰은 진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차량 이동 경로와 휴대전화 위치 추적에 나섰다.
사건 발생 사흘 뒤인 9월 10일 경찰은 경기 이천 일대에서 진씨가 탄 차량을 발견했다.
하지만 진씨는 경찰의 정차 요구에 응하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도주 끝에 경찰에 붙잡힌 진씨는 처음에는 진술을 거부했지만 경찰이 CCTV와 혈흔 등 증거를 제시하며 추궁하자 결국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조사에서 진씨는 아내의 귀가 문제로 다투다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유족과 주변 사람들은 이 같은 범행 동기를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김씨의 지인들은 그가 평소 외출을 하더라도 남편이 퇴근할 무렵인 오후 5시 전에는 대부분 집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오후 5시가 되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김씨를 두고 ‘5시 신데렐라’라고 불렀다고 한다.
진씨의 직장 동료들 역시 범행 사실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료들은 진씨가 평소 내성적이고 과묵한 성격이었으며 부부가 함께 직장 산악회에 참석하는 등 겉으로는 사이가 좋아 보였다고 전했다.
현장검증 당시 경찰과 함께 차량으로 이동하는 진씨의 모습. (사진=뉴시스)
현장에서 진씨는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너무 큰 아픔을 준 것 같아서 그냥 죽고만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수사를 마친 경찰은 진씨를 검찰에 송치했고 이후 그는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진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사소한 다툼 끝에 아내를 살해하는 등 정상을 참작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세 자녀의 어머니이자 22년을 함께 산 아내를 살해한 행위는 절대 합리화될 수 없고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살해 직후 시신을 토막 내 야산에 유기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자뿐만 아니라 자녀와 피해자의 부모, 형제, 자매도 극도의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범행이 우발적으로 시작된 점과 딸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은 양형에 반영됐다.
이에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는 2013년 1월 11일 진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