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연구에서도 과민성방광과 우울 증세와의 연관성은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벨기에에서 과민성방광 환자의 불안우울척도로 조사한 연구(BMC Urology, 2016)에 따르면, 환자의 27.5%가 우울 증상을 보였고 12%는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또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우울증이 있는 경우 과민성방광을 겪을 위험이 2.4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가 과민성방광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방광을 더 예민하게 만들어 빈뇨와 잔뇨감을 부추기고, 심해진 소변 증상이 다시 우울감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과민성방광은 빈뇨, 잔뇨감, 세뇨, 절박뇨, 야간뇨가 주증상으로 만성방광염과 비슷하다. 다만 배뇨통과 방광 통증은 동반되지 않는다. 통증을 일으킬 만한 염증이나 세균감염, 다른 기질적 질환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방광염이 아닌 과민성방광증후군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자들은 외출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갑자기 소변이 마려우면 난감한 일을 겪기도 한다. 또 하루에도 몇 번씩 시도 때도 없이 소변이 마렵고, 막상 화장실에 가도 시원하게 배출하지 못해 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방광 질환이 바로 과민성방광이다.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 중에는 전형적인 만성방광염 증세를 보이다 과민성방광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30대 후반의 한 여성은 7년 동안이나 방광염이 반복, 재발됐다. 특히 잠을 자야 할 밤에 1시간 간격으로 야간뇨에 시달렸고, 소변을 봐도 절반가량은 방광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치료가 어려울 것이라 여겨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분에게는 우선 염증성 방광염을 해결하기 위해 1개월 가량 한약 치료를 시행했다. 다행히 염증은 제어가 되었지만 장기간에 걸쳐 방광 기능이 많이 약해져 잔뇨 빈뇨 등 소변 증세는 여전히 반복됐다.
이때부터는 과민성방광에 대한 한약 치료를 집중했다. 5개월 가량 치료 후 야간 소변 빈도가 약 10회에서 3~4회로 대폭 줄었다. 방광 용적이 늘어나 소변 저장량과 소변 후 잔뇨량이 대폭 개선됐다. 치료가 안될 것이라고 포기해 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던 환자분이 극적 반전을 이루어 낸 결과다.
이처럼 과민성방광과 방광기능저하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방광의 고유의 기능과 탄력성을 회복시키고 자율신경을 정상화해 배뇨량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일시적으로 요의를 차단하는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예민해진 방광과 허약한 신장의 기능을 함께 회복하는 것이 한약 치료의 원칙이며, 소변 증상을 다스려 일상의 불편을 없애고 나아가 불안증과 우울증까지 해소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