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 서울행정법원(사진 = 뉴시스)
A씨의 남편 B씨는 한 회사에서 총무팀 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2021년 뇌출혈이 발병해 입원 치료를 받았다. 퇴원 당시에도 왼쪽 눈 시력이 약 50% 정도만 회복됐고 혼자 걷지 못하는 상태였다.
B씨는 이듬해 회사 측에 건강상 문제로 복직이 어렵고 회복에 최소 3개월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지만, 담당 직원의 퇴사로 결산 업무를 맡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조기 복직을 요청받았다. 복직 후에는 인력 보충 없이 결산 업무뿐 아니라 총무팀의 모든 업무를 수행했고 사장으로부터 업무상 질책도 받았다.
당시 B씨는 직장 동료에게 “아우, 어제 막 진짜 화딱지가 너무 나가지고 나 어제 타이레놀 세 알 먹었거든. 막 머리가 너무 막 깨질 듯이 아파 가지고”라며 “어제 재활도 못 갔어요. 머리가 너무 아파 가지고”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후 기존에 앓던 궤양성 대장염 증상이 악화돼 입원한 B씨는 코로나19 확진에 이어 위약감과 혈변, 발작, 혼수상태 등의 증상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가 숨졌다. 직접 사인은 ‘자발성 뇌내출혈’이었다. A씨는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와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사망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지급하지 않았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업무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에 대해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B씨가 약 12주간 경과 관찰이 필요한 상황에서 회사 요청으로 약 10주 만에 복직한 점 등을 근거로 “업무상의 스트레스가 망인이 기존에 앓고 있던 뇌출혈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켰거나 기존에 앓고 있던 궤양성 대장염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켜 뇌출혈을 유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복직한 이후 과중한 업무와 F 사장으로부터 업무상 질책을 받는 등으로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스트레스가 기존 뇌출혈을 악화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특히 B씨가 궤양성 대장염으로 입원하면서도 노트북으로 업무를 수행한 점 등을 들어 “설령 스트레스와 궤양성 대장염 사이에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명백히 증명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규범적 관점에서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공단의 처분을 취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