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번째…끝나지 않은 여가부·성평등부 장관 ‘잔혹사’

사회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3일, PM 01:13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여성가족부에서 성평등가족부로 간판을 바꿨지만 수장의 ‘잔혹사’는 끝나지 않고 있다. 옛 여가부 김현숙 전 장관의 사의와 김행·강선우 후보자의 잇단 낙마에 이어 용혜인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까지 물러나면서 최근 인선 파행만 벌써 네 번째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용 후보자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용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며 “끝까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성평등부(옛 여가부 포함) 수장을 둘러싼 잔혹사의 시작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석열 정부 초대 여가부 장관이었던 김현숙 전 장관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에 따른 책임론이 거세지자 2023년 9월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인 9월 13일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후임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이른바 ‘주식 파킹’ 의혹 등을 둘러싸고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뒤 여당 의원들과 함께 청문회장을 떠난 일을 두고 이른바 ‘김행랑’ 논란까지 불거졌다. 결국 김 후보자는 지명 약 한 달 만인 같은 해 10월 12일 후보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후임 후보자가 먼저 낙마하면서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이미 사의를 밝힌 김 전 장관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채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게 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사의를 밝힌 지 5개월여가 지난 2024년 2월 20일에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후임 장관을 지명하지 않았다. 여가부 폐지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던 만큼 신영숙 차관이 장관 직무를 대행하는 체제가 이어졌다. 김 전 장관 퇴임 이후 원민경 장관이 2025년 9월 10일 취임하기까지 무려 1년 7개월간 장관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이미지=생성형 AI 제작 활용)
(이미지=생성형 AI 제작 활용)
정권이 바뀌면서 여성가족부의 운명도 달라졌다. 이재명 정부는 부처 폐지 방침을 뒤집고 성평등 정책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첫 여성가족부 장관 인선부터 다시 암초를 만났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6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선우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좌진 갑질과 거짓 해명 논란 등이 확산하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결국 같은 해 7월 23일 후보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후보자로 지명된 지 30일 만이었다.

강 후보자 낙마 이후 이 대통령은 같은 해 8월 13일 원민경 변호사를 후임 후보자로 지명했다. 원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9월 10일 취임했다. 1년 7개월간 이어진 여가부의 수장 공백도 이때 끝났다.

원 장관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는 작업을 이끌었다. 그는 후보자 시절부터 “여성가족부를 힘 있는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해 성평등 정책 총괄·조정과 거버넌스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장을 둘러싼 논란은 다시 반복됐다. 지난달 30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명 직후부터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문제를 비롯해 배우자의 당직 근무와 이른바 ‘가족정당’ 논란 등을 둘러싸고 집중 검증을 받았다.

용 후보자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원칙”이라며 의원직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도 거취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결국 정면돌파 입장을 밝힌 지 사흘 만에 후보자직을 내려놨다.

여성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후임 장관 후보자를 서둘러 찾기보다 성평등가족부의 조직과 정책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원 장관이 부처 확대 개편과 정책 복원 작업을 추진하고 있던 상황에서 뚜렷한 교체 이유가 제시되지 않은 채 개각 대상에 포함된 것부터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선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또 다른 후보자를 정치공학적으로 찾으려고 하기보다 성평등부의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동안 조직 개편과 함께 정책 복원 작업을 추진해온 공무원들이 여성계가 계속 요구해온 과제들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기존 조직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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