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GPT)
13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시청과 자치구 소유 건물을 대상으로 탄소배출권 모의거래를 시행한다.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공공건물에 적용하는 방식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이다. 14일부터 10월 31일까지 공공건물 1822곳이 모의거래에 참여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산하 실·국과 사업소가 관리하는 건물 538동을 대상으로 건물 단위 탄소배출권 모의거래제를 시범 운영했다. 거래된 배출권은 총 5만 178tCO₂ 규모였으며 거래 후에도 남은 초과 배출량은 4802tCO₂였다. 전체 거래량은 상수리나무 약 166만 5936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탄소량에 해당한다.
올해는 거래 대상을 기초지방자치단체 소유 건물까지 넓힌다. 서울시는 2018년 대비 12% 감축 목표와 지난해 건물별 에너지 사용량을 토대로 건물마다 배출허용량을 정한다. 실제 배출량이 허용치를 넘은 건물은 다른 건물이 내놓은 배출권을 사고, 허용량보다 적게 배출한 건물은 남은 배출권을 팔 수 있다.
거래에는 현금 대신 마일리지를 사용한다. 각 건물에는 첫 거래 때 한국 배출권시장의 올해 최고가를 반영해 이산화탄소 t당 3만 100원으로 책정한 마일리지를 부여한다. 마지막 거래일까지 마일리지가 남아있음에도 부족한 배출권을 다른 기관에서 사들이지 않으면 중앙시스템에서 전날 종가에 10%를 더한 가격으로 부족한 배출권을 사서 채운 뒤 마일리지를 차감한다.
거래 결과는 자치구별 평가에도 반영한다. 서울시는 실제 배출량과 감축목표 달성 여부, 거래 건수, 마일리지 잔액 등을 종합해 우수 자치구를 선정할 예정이다. 우수 자치구에는 2027년 자치구 선도지구 지정 때 가산점을 주고, 제도 홍보·운영 보조금도 성과에 따라 차등 배정할 방침이다.
배출권이 부족한 부서와 자치구에는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제출토록 할 예정이. 지난해 시범거래에서 배출권이 부족했던 서울시 부서들은 노후 보일러 교체와 태양광 패널 세척, 냉난방 온도 중앙제어, 경관조명 교체 등의 계획을 마련해 올해 모두 이행했다.
◇도심 온실가스 3분의 2 건물서 발생…“거래 의무화 전 기초자료 확보”
서울시가 건물 단위 거래제에 나선 것은 건물이 서울 온실가스 배출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68.8%가 건물에서 발생했다. 서울시민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시민 4명 중 3명이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 등 시장 기반 제도를 활용한 기후위기 대응에 찬성했다.
해외 주요 도시에서는 이미 대형 건물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 도쿄도는 2010년부터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배출총량을 할당하고 배출권 거래를 통해 의무감축량을 채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부족량의 1.3배를 추가로 감축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50만엔의 벌금 등을 부과한다.
미국 뉴욕시도 2024년부터 대형 건물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건물 소유주는 매년 5월 1일까지 전년도 배출량을 뉴욕시 건축국에 보고해야 한다. 배출허용량을 초과하면 온실가스 환산량 t당 최대 268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한국은 개별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 신고나 배출권 거래를 의무화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현재 국회에는 녹색건축 정책 수립과 감축 시나리오 구축에 관한 국토교통부의 권한 일부를 시·도지사 등에게 위임하는 내용의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지역 여건에 맞춰 그린리모델링과 제로에너지건축물 보급 등 건물 부문 감축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향후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와 거래제 도입에 대비해 모의거래를 통해 운영 경험과 감축 노하우를 축적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내에 없는 건물 단위 탄소 거래를 처음 시도하는 만큼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축적된 거래 데이터와 개선 사항이 향후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와 거래제도를 설계하는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