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통복식이 한복으로’…15억 경주 미디어월, 부실 검수 도마

사회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5일, PM 06:55

[경북=이데일리 홍석천 기자] 경북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설치된 ‘포스트 APEC(POST APEC) 미디어월’에서 중국 전통복식을 한국의 한복으로 잘못 소개한 영상이 송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단순한 영상 재생 오류였다고 해명했지만, 신라 천년고도이자 국제문화관광도시를 대표하는 시설에서 기본적인 콘텐츠 검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5일 경북도와 경북문화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수상공연장 인근 광장에 설치된 포스트 APEC 미디어월에서 중국을 소개하는 영상 속 전통복식이 ‘한복’으로 표기돼 송출됐다.

문제가 된 미디어월은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약 15억원을 들여 조성한 시설이다.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 성과를 관광자원으로 이어가기 위한 포스트 APEC 사업 가운데 하나다. 경북일보 보도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지난 13일 보문단지 내 수상공연장 뒤편 광장에서 확인됐다.

중국풍 의상을 입은 인물을 한국 전통복식인 한복으로 표시하면서 온라인과 지역사회에서는 ‘한복공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이번 오표기가 중국 측의 한복 왜곡 주장에 악용될 수 있다며 공공기관의 철저한 콘텐츠 검수를 주문했다. 연합뉴스 관련 보도

특히 이번 논란은 단순한 오탈자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최근 중국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한복을 중국의 전통복식인 ‘한푸’에서 유래한 것으로 주장하는 이른바 ‘한복공정’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관광시설이 중국 전통복식을 한복으로 소개했기 때문이다.

경주가 신라문화와 한국 전통문화의 세계화를 내세우고 있고, 포스트 APEC 미디어월 역시 국내외 관광객에게 한국과 경북의 문화적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조성됐다는 점에서 콘텐츠 제작과 검수 과정 전반이 허술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경북도는 이날 관련 보도가 잇따르자 경북문화관광공사에 경위보고를 요구하고 현장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확인 결과 해당 미디어월은 오는 ‘세계경주포럼’ 등 대형 국제행사와 10월 1일 정식 운영을 앞두고 사전 시범 가동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는 LED 모듈 구동 상태와 QR코드 작동 여부, 영상 재생 오류 등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경북도는 영상 제작 템플릿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자막과 영상이 잘못 연결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여러 국가와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기존 템플릿의 이미지와 자막을 치환하는 과정에서 중국 전통복식 영상에 ‘한복’이라는 자막이 잘못 매칭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인 치환 오류가 발생했더라도 실제 송출 전 담당자나 관련 전문가가 콘텐츠를 확인했다면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관리·감독 부실 책임은 남는다. 시설 작동 여부를 중심으로 시운전이 진행되면서 영상 내용과 문화적 정확성에 대한 검수가 뒤로 밀린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오류를 확인한 직후 해당 영상의 송출을 바로잡고, 미디어월에 탑재된 콘텐츠의 표기 오류를 전수 점검해 정정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시범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오류라는 공사의 설명과 별개로, 전통복식 표기의 중요성을 고려해 사전 검수를 소홀히 한 경북문화관광공사에 엄중 경고했다.

아울러 세계경주포럼을 비롯한 국제행사와 10월 1일 미디어월 정식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콘텐츠 검수와 시설 운영 전반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동진 경북도 관광정책과장은 “공사 측에 전문가의 사전 필터링을 강화하고 철저한 점검 체계를 마련하도록 지시했다”며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콘텐츠 제작과 송출 과정을 면밀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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