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임금을 3.2% 인상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날 오전 4시부터 예고됐던 총파업은 철회됐다. 다만 최대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문제는 합의하지 못하고 법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됐다.
16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버스노조의 노동 쟁의 관련 분쟁에 대한 조정 회의에서 박점곤 서울시버스노조 위원장이 조정안에 서명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오전 1시50분께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조정회의에서 임금·단체협약 조정안을 수락했다. 전날 오후 2시부터 협상을 시작한 지 약 12시간만이다.
지노위 조정안에는 운전직 종업원과 조합원의 현행 호봉별 시급을 3.2%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1월 타결한 2025년도 임금협상(2.9%)보다 0.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노조는 조정안에 대한 내부 의견을 물어 과반의 동의를 얻은 뒤 수락하고 합의서에 서명했다. 지선버스 노사도 조정안을 함께 받아들였다.
박점곤 서울시버스노조 위원장은 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만족하지는 않지만 서울시민을 위해 합의를 이뤘다”며 어떻게든 파업을 막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애초 요구한 임금 인상률은 7.85%였다. 박 위원장은 ”7.85%는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의 지침이었고 부산과 울산 등은 5%대에서 합의했다“며 ”3.2%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지난 1월 이틀간 파업한 데 이어 8개월 만에 다시 파업할 경우 시민 불편이 커지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노사는 전날 오후 9시30분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한 차례 협상을 중단했다. 노조는 지부위원장 회의를 열어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무기한 파업에 돌입키로 결정했지만 교섭위원들은 서울지노위에 남아 막판 협상을 이어갔다. 이후 지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을 양측이 받아들이면서 파업 직전 타결에 이르렀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주변으로 노선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꼽혔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합의문에 담지 않았다. 노조는 동아운수 임금소송에서 월 176시간을 기준으로 통상시급을 계산한 서울고법 판단 가운데 해당 부분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관련 파기환송심과 다른 운수회사들의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맞서왔다.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이번 합의에서 제외됐다. 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개별 소송에서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오늘은 통상임금을 논하지 않기로 하고 임금만 논의했다“며 ”통상임금은 법에 따라 판결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여전히 ‘176시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조 사무부처장은 개별 소송마다 쟁점이 달라 일괄적인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면서도 ”176시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향후 다른 통상임금 사건에서 176시간과 다른 하급심 판결이 나오더라도 곧바로 이를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동아운수 사건에서 176시간을 기준으로 한 판단이 이미 나온 만큼 다른 판단이 나올 경우 항소·상고를 통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다.
사측은 통상임금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가장 큰 문제였던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업계가 수천억원 규모의 소송에 걸려 있고 2025·2026년도 통상임금 부담도 안고 가야 되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노사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올해 임금협상은 끝났고, 통상임금 부분이 앞으로 어떻게 해결될지는 결국 법원 판결을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판결에 따른 처리 방안을 합의문에 담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제안들이 많이 있었지만 결국 합의되지 않아 합의서에 내용을 담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8개월 만에 파업 위기가 되풀이되면서 시민의 이동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시내버스 교섭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이사장은 그 방안으로 시내버스의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시내버스는 시민의 발에 해당하는 공익사업인데 파업이 걸린 상태에서 협상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며 ”여야를 떠나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시민의 발을 묶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해야 진지하고 깊이 있는 논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파업 철회에 따라 서울 시내버스는 이날 첫차부터 전 노선에서 정상 운행한다. 서울시는 무료 셔틀버스 투입과 지하철 증편·막차 연장 등 비상수송대책을 해제했다. 서울시와 자치구 셔틀버스는 운행하지 않으며 지하철도 평상시 기준으로 운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