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직전 공범에 휴대전화 맡겼는데…증거은닉교사 무죄 확정

사회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6일, AM 06:01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체포 직전 공범에게 휴대전화를 건네 숨기도록 부탁한 사기 조직원이 증거은닉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부탁받은 공범 역시 자신의 형사처분을 피하려고 증거를 숨겼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날 대법원 청사의 모습(사진 = 뉴시스)
이날 대법원 청사의 모습(사진 = 뉴시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주심 오경미 대법관)은 최근 사기·증거은닉교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사기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부업 알바 사기 조직’에서 범행에 사용할 계좌를 모집하고 피해금을 다른 계좌로 옮기는 역할을 했다. 2025년 3월 다른 조직원과 공모해 피해자로부터 750만원을 송금받아 다른 계좌로 이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같은 해 7월 라오스에서 귀국하던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으로부터 관계기관이 신병을 인계받으려 한다는 안내를 듣고 체포될 것을 예감했다. 이에 옆자리에 탄 B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며 정리한 뒤 어머니에게 전달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B씨는 A씨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되자 A씨의 모친에게 연락했고, 모친의 요청에 따라 다음 날 외삼촌에게 휴대전화를 전달했다. B씨는 휴대전화를 보관·전달하는 과정에서 A씨와 나눈 대화 내용도 삭제했다.

1심은 A씨의 사기와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사기 혐의에 대한 형량은 징역 1년으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A씨의 행동을 자신이 직접 한 증거은닉의 범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원심의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B씨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휴대전화를 보관·전달하고 대화 내용까지 삭제한 만큼, 증거은닉의 고의가 없는 단순한 도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B씨가 자신의 형사처분을 우려해 자기 이익을 위해 증거를 숨겼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증거은닉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숨긴 경우를 처벌한다.

대법원은 B씨의 행위가 자기 사건의 증거를 은닉한 경우라면 동시에 A씨 사건의 증거를 숨긴 결과가 됐더라도 증거은닉죄로 처벌할 수 없고, 이를 교사한 A씨에게도 증거은닉교사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부탁받은 사람도 자신의 형사처분을 우려해 증거를 숨긴 경우 이를 부탁한 사람에게 증거은닉교사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적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