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김정환(오른쪽) 서울시버스사업조합 이사장과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왼쪽)이 조정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버스노조와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오전 1시 50분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 열린 노동쟁의 2차 조정 회의에서 ‘2026년 임금 3.2% 인상’을 골자로 하는 임금협상 조정안에 최종 합의했다.
다만 최대 쟁점인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대해서는 추후 과제로 미루고 협의를 종결했다. 지난 1월에 이어 이번에도 갈등의 뇌관을 제거하지 못하면서 언제든지 파업이 재연될 가능성을 남겼다.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월 단위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을 시간당 얼마로 볼지 계산하는 데 쓰이는 개념이다. 기준시간이 작을수록 지급해야 할 임금은 많아진다. 노조는 이 기준시간이 서울 시내버스 단체협약에 명시된 월 만근일수 22일에 1일 근로시간 8시간을 곱한 176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단체협약상 약정근로시간을 1일 9시간으로 정하고 있으며 여기에 유급 주휴시간 35시간까지 더해 230시간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맞선다. 이번 협상에서는 사측이 주 40시간 근로자의 월 근로시간과 유급주휴시간의 합계인 209시간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노조가 논의 자체를 거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반복되는 파업·인건비 부담은 시 재정으로…“필수공익사업 지정해야”
출근길 혼란은 피했지만 파업 비용은 시에 청구될 예정이다. 서울시의 이번 비상수송대책 취소 수수료는 약 10억~15억원으로 추산된다. 앞서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전면 파업에 대비해 주요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최대 1300대까지 운행하고, 전세버스 200여대를 추가 투입키로 했다.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대를 평소보다 각각 2시간씩 연장하고 하루 총 202회 증편할 예정이었다. 실제로 파업이 이뤄진 지난 1월에는 유사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총 15억 9000만원을 투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파업 때마다 재정 부담이 상당하다. 올해는 여러 대책을 준비해서 취소 수수료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준공영제를 손질해 노사의 책임있는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를 적용해서 운송회사의 수입이 운송원가에 미치지 못하면 서울시가 부족분을 보전해준다. 시민 편의를 위해 도입한 환승제도에 따라 감소한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서지만 시 재정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파업 시 발생하는 비용과 임금 인상분도 대부분 시 재정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노사의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인건비를 포함한 서울시의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 비용은 2008년 1조 3863억원에서 지난해 2조 515억원으로 48%(6652억원) 증가했다. 증가된 비용의 92.4%는 인건비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운전직 인건비는 7046억원에서 1조 3190억원으로 87.2%나 올랐다. 통상임금 변화를 반영하지 않는 현재도 누적적자는 8986억원에 달한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도 문제지만 회사도 세금으로 운영되니까 구조전환이 잘 안된다”며 “교통편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여기에 맞는 노선 조정이나 차량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대중교통 분야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준공영제 부담은 다른 지역에서도 관찰된다. 전날 울산광역시는 시내버스 공영제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막대한 재정 지원에도 시가 노선 신설이나 배차 조정 등을 직접 관리할 권한이 없고 업체 경영 악화나 노사 갈등이 대중교통 서비스 불안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공영제 전환보다 필수공익사업 지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노동조합법 제42조의2와 71조에 의한 필수공익사업 대상과 필수유지업무에 시내버스는 제외돼 있다. 대상에 포함된 항공와 도시철도는 파업 시 업무 유지와 운영 수준, 필요 인원을 정해야 하며 5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채용과 대체·도급·하도급이 허용된다.
지난 1월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고 쟁위행위 시 50% 범위 내 채용과 대체인력을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시내버스는 공중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지원하는 준공영제 버스는 지하철과 같은 수준의 공공성이 인정된다”며 찬성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헌법상 노동3권 보호 취지를 고려할 때 필수공익사업 지정 범위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이동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시내버스도 도시철도처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서 노조활동을 보장하면서도 국민 이동권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활동토록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노조도 지금처럼 파업을 반복하면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