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열린 '미프진' 문…"환영" 뒤엔 '접근권·생명권' 우려

사회

뉴스1,

2026년 September 16일, PM 04:11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6.9.16 © 뉴스1 이종덕 기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7년 만에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도입의 문을 열었지만 제도 안착까지는 약물 접근성과 의료 안전망, 태아 생명권 등 풀어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을 국가 의료체계 안에서 관리하게 됐다는 점에서는 환영하는 반응이 나오지만 의료계는 법적·의료적 안전장치 마련을, 종교계는 태아 생명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요구하면서 도입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다.

"7년 만의 진전"…여성계 "환영할 일"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계획을 놓고 여성계와 종교·의료계에서 환영과 우려 분위기가 교차하고 있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대표는 뉴스1과 통화에서 "식약처, 복지부가 책임을 방기하던 상황에서 이제라도 도입을 결정하게 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당연한 일"이라며 "도입과 실제 사용을 원활히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인공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이 안전하고 검증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약을 허가하는 것과 실제 이용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는 도입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가 처방과 조제를 모두 하도록 할 계획이다.

나 대표는 "원내 처방·조제로 제한하면 의료기관 이용 시간이나 방문 여건에 따라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원내 처방·조제가 안전을 더 보장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시작부터 접근성을 크게 제약한다면 약이 승인된다고 하더라도 의료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처방, 이용률은 현재와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온라인에서 약을 구해야 하는 현실은 변하기 어렵고 의료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임상 데이터도 축적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6.9.16 © 뉴스1 이종덕 기자

입법 공백·안전망 그대로…종교계 "생명권 훼손"
의료 현장에서는 5년째 이어지는 입법 공백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도입 자체를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법적 보호를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임신중지약 사용 이후 불완전유산이나 과다출혈 등이 발생할 경우 수술적 처치와 응급의료 연계가 필요한 만큼 응급의료 안전망과 의료인 법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사회는 "입법 공백의 책임은 국회에 있으며 국회가 정치적 책임을 갖고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계의 반대도 이어졌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태아 생명권을 이유로 임신중지 제도 확대에 반대해 온 개신교계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국가가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허가 절차 중단과 상담·숙려 절차, 사후관리 체계 법제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1분기 임신 9주 이내 사용할 수 있는 임신중지 약물을 도입할 방침이다. 초기 2년은 의료기관 내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하고 이후 안전성과 법·제도 정비 상황을 살펴 약국 조제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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