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9.16 © 뉴스1 박세연 기자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에서 오 시장에게 유리한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이 탄핵증거로 채택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16일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사업가 김한정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씨 측이 제출한 명 씨와의 통화 녹음파일 3개를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탄핵증거로 채택했다. 탄핵증거는 법정에서 나온 진술의 신빙성이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해 제출하는 증거를 말한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탄핵증거는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며 "불법적 취득이나 허위·조작 정황이 아직 없으니 채택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김 씨 측이 제출한 녹음파일에 대한 무결성 검증보고서는 참고자료로만 인정했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여론조사 비용 대납자로 지목된 김 씨와 명 씨가 지난 2021년 3월 6일과 13일에 나눈 대화가 담겨있다.
이때는 오 시장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논의하던 시점이다.
이날 법정에서는 3개 녹음파일 중 오 시장 측에서 추린 약 18분 분량만 재생됐다.
재생된 녹음파일에 따르면 명 씨는 김 씨에게 "하여튼 오세훈이는 몰라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했다.
오 시장 측은 이 대목이 오 시장이 여론조사 진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입장이다.
또 김 씨가 명 씨에게 "'프로테이지(지지율) 잘 나오게 하겠습니다' 해서 나는 뭐 네 얘기 듣고 했는데, 그 결과가 그렇게 안 되고"라고 말한 부분도 공개됐다.명 씨가 지지율이 잘 나오게 하겠다고 했지만, 결과가 그렇지 않았다는 취지다.
김 씨는 "내가 이 양반 돕고 싶어서 했잖아", "거기서 원한 것도 아니고 내가 혼자 해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명 씨가 "오 시장이 은밀하게, 소문나게 하면 안 되고"라고 하자, 김 씨가 "그런 얘기 했다는 것도 의문스럽다. 너한테 자꾸 물어보잖아. 진짜 그러드나"라는 취지로 재차 확인하는 대목도 있다.
오 시장 측은 이같은 녹음파일 내용이 오 시장이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김 씨에게 비용을 대신 지급하도록 했다는 공소사실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 측은 "여론조사 의뢰나 비용 지급 경위가 오세훈에 의해 의뢰되고 비용이 대납된 게 아니라는 게 명백히 확인된다"며 "공소사실이 진실이 아님을 밝힐 수 있는 반대증거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특검팀은 "3번째 파일은 원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편집이나 조작의 문제가 있다면 탄핵증거라고 해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명 씨와의 통화 녹음파일은 총 35개인데 이 가운데 3개만 제출됐다면서 "(피고인 측에서) 전체 녹음파일 제출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증거 채택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일에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특검팀의 최종의견과 구형,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이 진행될 전망이다.
오 시장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로부터 10차례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강 전 부시장을 통해 사업가 김 씨에게 3300만 원 상당의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이에 대해 1심은 오 시장에 대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고 2100만 원의 추징을 명했다. 공소사실에 적시된 여론조사 10회 가운데 5회, 2100만 원 상당에 대해서만 비용 대납을 인정하고 유죄로 봤다.
오 시장 측은 1심 선고 당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1심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상실하고, 앞으로 5년간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zionwkd@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