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소송 446억원 배상 판결…실제 받아낼 가능성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6일, PM 05:43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낸 첫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해 446억원을 받을 권리를 인정받았다. 문제는 실제 돈을 받아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집행할 북한 재산을 찾기 어려운 데다 해외 자산 역시 ‘주권면제’라는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영상 갈무리.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영상 갈무리.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김형철)는 16일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북한은 정부에 446억 2641만 722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첫 승소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승소 판결이 실제 회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배상금을 실제로 받아낸 전례가 없는 데다, 국내에서 북한 재산으로 볼 여지가 있는 자산 역시 대북제재 등으로 사실상 손을 댈 수 없어서다.

현재 국내에서 북한 재산으로 볼 여지가 있는 자산 중 하나는 북한 방송 저작권료 관련 공탁금이다. 국내 방송사들이 북한 중앙TV 영상 등을 사용한 대가로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를 대북제재 등으로 북한에 보내지 못하면서 법원에 맡겨둔 돈이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관련 창구 역할을 해왔다.

앞서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낸 국군포로 등은 이 돈을 추심하려 경문협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2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경문협에 저작권 협상 권한은 있어도 지급 권한까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2024년 대법원에 상고됐지만 2년 넘은 현재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공탁금도 30억원 안팎이라 판단이 뒤집혀도 이번 446억원엔 크게 못 미친다.

◇해외 있는 북한 돈 찾아도 ‘주권면제’ 벽

미국 등 해외에 있는 북한 자산을 압류하는 방법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국 판결로 해외 자산을 집행하려면 해당국에서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국가 자산엔 원칙적으로 주권면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주권면제란 한 국가의 재산을 다른 나라 법원이 함부로 압류·집행할 수 없다는 국제법 원칙이다.

통일부·법원행정처 자문위원을 지낸 남북관계 전문가인 유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상거래로 생긴 채무 등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면 국가 자산을 집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오토 웜비어 유족이 자국 법원에서 4억달러대 배상 판결을 받아 북한 자산 일부를 집행한 사례는 있다. 다만 전액 회수로 이어지지 못했고 이후 추가 집행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유 변호사는 “웜비어 사건은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어 ‘테러 관련 자산’이라는 사유로 주권면제의 예외를 인정받은 매우 이례적 사례”라며 “우리 경우는 그런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동일한 방식의 집행은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지연손해금이 붙더라도 실제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채권액만 계속 늘어나게 된다. 정부 역시 이번 소송의 당장 실익을 배상금 회수보다는 채권 보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이날 판결에 대해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며 “남북대화가 재개돼 모든 문제가 대화와 협력으로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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