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14일 오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6.9.14 © 뉴스1 박세연 기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보름여 앞두고 초대 수장 인선에 제동이 걸렸다.범여권 강경파의 반발로 청와대가 검찰 출신인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에 착수했지만,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자신 사퇴를 요구하는 등 비토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인선 절차가 안갯속에 빠지면서 검증 장기화나 후보 교체에 따른 수장 공백이 현실화할 경우 인력과 조직체계조차 갖추지 못한 중수청이 출범 초기 수사력 논란을 겪은 '제2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경파 이어 박지원 "안 되겠다"…여권 내 사퇴론 확산
법조계에 따르면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 직제안 토론회'에서 "김 후보자는 검사 출신에, 한 번도 수사·기소 분리에 찬성해 본 적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와대가 추가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 정도면 물러나야 한다"고 자진 사퇴를 재차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14일 도어스테핑에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형사사법 개혁의 대원칙에 적극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는 개정 형사소송법의 입법 취지를 존중한다는 메시지일 뿐,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찬성 입장을 명확하게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 김 의원의 논리다.
후보자 교체론에 먼저 불을 지핀 것은 범여권 강경파다. 김 후보자가 검찰 재직 시절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반대하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직무배제에 반대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추미애 경기지사는 최근 "한동훈과 한배를 탔던 사람이 초대 중수청장이 된다면 그것이 민주화인가"라고 직격한 바 있다.
결국 청와대가 '추가 검증'에 나서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여권 내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비토론은 커지는 모양새다.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은 지난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 후보자를 '검찰주의자'로 규정하면서 중수청이 서울중앙공소청의 분신처럼 운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처음에 괜찮은 사람이라고 해서 모르고 '할 만한 사람이 됐다'고 했지만, 그 내용을 보고 '이 사람은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후보자 교체론에 가세했다. 그는 하루 전인 15일 CBS 라디오에서 김 후보자가 윤석열·한동훈 체제에서 사표를 냈다며 비호했지만, 입장을 바꾼 것이다.
중수청 본청과 서울청이 들어설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모습. 2026.8.27 © 뉴스1 오대일 기자
불확실성 늪 빠진 인선 절차…"제2 공수처 될라" 우려↑
범여권 강경파에서 시작된 '후보자 흔들기'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김 후보자의 인선 절차는 안갯속이 됐다. 법조계와 민주당 내에서도 검증이 지연되거나 후보자 교체로 초대 청장 자리가 공석인 채 출범할 경우, 인력과 지휘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중수청이 '부실 개청'을 넘어 '제2의 공수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중수청장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일정은 지난 11일에서 14일로 한 차례 미뤄졌는데, 청와대가 '추가 검증'에 나서면서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은 이날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청문 절차를 거쳐 이달 하순 김 후보자를 임명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추가 검증이 장기화할 경우 개청 전 임명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교체론이 현실화할 경우 후임자의 수사 경험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 출신을 일률적으로 배제한 채 수사 경험이 부족한 인사를 초대 수장으로 앉히면 초기 수사력과 조직 안정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검사 출신인 김용남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지난 14일 "중수청은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수사기관"이라며 "제2의 공수처처럼 되면 안 된다"고 했다.
후보자 교체론과 별개로 초대 중수청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첩첩산중이다. 초대 청장은 본청과 6개 지방청의 지휘체계를 세우고 주요 보직 인사와 사건 배당 기준, 검찰에서 넘겨받을 사건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 공소청·경찰·공수처와의 협업 구조도 마련해야 하지만 인력 충원조차 끝나지 않았다. 총정원 2874명 가운데 특례임용 최종 신청자는 1761명(61.3%)에 그쳐, 오는 20일까지 2차 특례임용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정부·여당은 후보자 교체론에 일단 선을 긋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15일) 김 후보자의 지명이 보류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해식 민주당 의원도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재제청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박은정 의원의 질의에 "(김 후보자가 검찰 재직 시절) 어떤 결정을 내리는 특정한 위치에 있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윤석열 또는 한동훈과 같은 패거리인 것으로 간주하는 건 좀 과도한 규정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중수청을 검찰개혁 취지에 맞게 운영해 나가는 데 적합한 자질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 정확히 검증하겠다"고 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14일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형사사법 개혁의 대원칙에 적극 공감한다"며 이재명 정부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또 그는 "저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이루어진 첫 검찰 인사에서 좌천됐고, 검찰에 재직하는 동안 특정인과 가깝다고 분류되거나, 혜택을 받은 사실도 전혀 없다"며 친윤(親尹) 프레임에 선을 그었다.
dongchoi8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