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와 임금체불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과 권한을 확대하는 만큼 수사 전문성과 내부 통제장치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노동감독관의 사건 처리 지연과 징계가 잇따른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산업현장의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의 현장점검 모습.(사진=고용노동부)
16일 이데일리가 고용노동부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산하 4개 지청에서 적발된 노동감독관의 업무태만은 총 181건에 달한다.
노동감독관의 경우 고소·고발·범죄인지 사건은 2개월, 그 외 진정 등 신고 사건은 25일 이내에 처리해야 하지만 일부 사건은 장기간 방치되기도 했다. 적발된 A노동감독관은 사건 신고가 들어왔는데도 최대 1년 7개월(586일) 넘게 사건을 방치하면서 지연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징계도 늘어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철규(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노동감독관의 연도별 징계 건수는 △2021년 4건 △2022년 11건 △2023년 19건 △2024년 15건 △2025년 16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8월까지 12건에 이른다.
징계 사유는 직무태만 및 부실처리가 21건(27.3%)으로 가장 많았고, 음주운전 및 측정거부 17건(22.1%), 금품·향응 수수 등 청렴의무 위반 15건(19.5%)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노동감독관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다. 현장 감독관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지금보다 촘촘히 사업장을 감독해 산업재해와 임금체불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미 노동부는 올해 노동감독관을 1000명 늘렸고 내년에는 700명 증원한다. 2028년까지 총 3050명을 늘리는 게 목표다. 중앙정부와 별도로 연말부터 지방자치단체도 지방노동감독관 제도를 운영하면서 30명 미만 사업장을 감독할 감독관을 새로 뽑는다. 경기도는 지자체 최대 규모로 170명을 선발해 현장에 배치하기로 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인력 확대와 함께 수사 권한과 책임도 확대된다. 노동감독관은 노동관계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사법경찰관이다. 특사경 중에서도 검찰 송치 사건이 가장 많고 규모도 크다.
과거에는 노동감독관이 수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검사가 부족한 증거나 법리 판단 부분을 보완해왔는데, 검찰의 수사지휘권 체계가 바뀌면서 앞으로는 증거 수집부터 송치 여부까지 노동감독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 사건의 모든 책임을 노동감독관이 져야 해서 아무래도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수사교육 등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정부도 관련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지방정부 노동감독 위임 예산은 올해 10억원에서 내년 30억원으로 늘었다. 지방노동감독관 노동행정시스템 구축과 노동수사교육원 설립, 수사 역량 강화 등 새로 편성된 관련 사업 예산도 74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인력과 권한 확대에 맞춰 수사 절차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방노동감독관의 경우 지역과 유착도 발생할 수 있어 수사 범위와 지휘체계, 이해충돌 방지 장치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찰은 수사 지휘에 대한 혼선을 조직적으로 대응하겠지만 특사경은 수사 지휘를 받던 조직이라 초기에 수사에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지방노동감독관의 직접 수사 여부 등 제도 운영 기준 등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문제가 제기되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