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가구의 경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제도는 정비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으로만 꾸려진 가구를 위한 별도의 관리·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 등록센서스 결과'의 일부 내용이다.(이미지=생성형 AI 제작)
1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중랑구의 한 주택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2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형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남동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이미 사망한 지 수일이 지나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경찰은 A씨가 발견되기 2~3일 전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심장사로 추정됐다.
이번 사건은 함께 사는 가족이 있더라도 구성원 모두의 상황 인지와 대처 능력이 취약하면 이른바 ‘동거 고독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 등록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가구 수는 66만 가구로 전체 장애인 가구의 29.2%를 차지한다. 66만 가구는 A씨 가족과 같은 비극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장애인이 1명인 가구와 구성원 모두가 장애인인 가구 사이에 복지제도상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장애인복지는 개인의 욕구와 장애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이뤄진다. 추가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좀더 세심한 복지 혜택을 줄 수 있지만, 이를 인정하는 기준엔 ‘구성원 모두가 장애인인 경우’와 같은 가구 구성상의 취약성을 따로 반영하는 기준은 없다.
실제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러 지자체와 주민센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가구라고 해서 특별한 관리를 하는 기준은 없었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장애인이 2명 이상이거나 이분들끼리만 생활한다고 해서 곧바로 위기가구로 지정하거나 취약성을 가중해 판단하도록 한 지침은 없다”며 “장애 정도와 돌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문서로는 모르는 위험 징후, 현장서 파악해야”
심지어 A씨 가족의 현황에 대해서도 지자체는 명확한 파악을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자체는 서류상 비장애인 1명이 포함된 4인 가구로 파악했다. 이데일리가 A씨의 가족과 동네 주민 등 주변인을 만나 취재한 결과 유일한 비장애인 가구원으로 등록된 아버지는 최근까지 함께 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족의 위험 정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A씨의 경우 지자체 도움을 받아 취업한 기록은 있지만 최근 3년 동안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직장은 없었다. 이런 가정의 경우 평소 외부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위기 상황을 감지할 외부 접점이 사실상 끊긴 상태였던 것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이들을 세심하게 살필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종로구의 한 주민센터 주무관은 “본연의 업무보다 위기가구에 연락하고 툭하면 달려가는 일이 더 주요 업무가 되고 있다”며 “인력은 제한돼 있는데 현실적인 대책 없이 위기가구 대응만 강조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가구에 대해선 좀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정원석 한국장애인녹색재단 회장은 “각 가정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일이 핵심”이라며 “단지 일할 능력이나 동거인이 있다는 이유로 위험도를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문서로 드러나지 않는 징후까지 포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 공무원이 해당 가정을 수시로 방문해 상황을 살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지적장애인으로만 꾸려진 가정은 거동에 어려움이 없어 돌봄 인력이 필요치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