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5억 끌어모아 3400억 베팅…주가 4배 띄운 ‘슈퍼개미’ 구속기소

사회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8일, AM 10:45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사업가와 의사 등 26명에게 계좌와 투자금을 제공받아 코스닥 상장사 주가를 3년5개월간 끌어올리고 6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이른바 ‘슈퍼개미’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밝힌 시세조종 범행 구조. A씨는 투자자 26명에게 계좌와 자금을 제공받고 사채업자·코인업자에게 돈을 빌려 코스닥 상장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시세조종 주문을 내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자료=서울남부지검)
검찰이 밝힌 시세조종 범행 구조. A씨는 투자자 26명에게 계좌와 자금을 제공받고 사채업자·코인업자에게 돈을 빌려 코스닥 상장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시세조종 주문을 내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자료=서울남부지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김민구)는 전날 전업투자자 A 씨(35)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A 씨의 시세조종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 전업투자자 B 씨(36)는 자본시장법 위반 방조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고급 와인·미식 모임 등에서 알게 된 사업가와 의사 등 26명에게 투자 수익을 나눠주겠다며 접근해 47개 증권계좌와 6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투자금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코인업자와 사채업자에게서 120억원 상당을 빌리기도 했다.

A 씨는 2020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이 자금으로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지속해서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기간 계좌에 들어온 돈은 745억원으로, 검찰은 A 씨가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 CFD 계좌 등 레버리지를 동원해 모두 340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시장 유통 물량의 8%였던 A 씨 측 보유량은 40% 이상으로 늘었다. 이 회사 주가는 범행 기간 1만1800원에서 4만5800원으로 올랐고 한때 5만1100원까지 상승했다.

외부 악재로 주가가 떨어지자 A 씨는 빌린 돈으로 산 주식이 강제로 처분되는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시세조종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친구인 B 씨에게도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주문과 미리 짠 상대방끼리 거래하는 통정매매를 부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남부지검이 공개한 코스닥 상장사 갑사의 주가 추이. 검찰은 A씨가 2020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뒤 연쇄 반대매매로 주가가 급락했다고 밝혔다. (자료=서울남부지검)
서울남부지검이 공개한 코스닥 상장사 갑사의 주가 추이. 검찰은 A씨가 2020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뒤 연쇄 반대매매로 주가가 급락했다고 밝혔다. (자료=서울남부지검)
A 씨는 3년5개월 동안 고가매수와 가장·통정매매 등 시세조종 주문 1만5908회를 제출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유지한 혐의를 받는다. B 씨도 2022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66차례 시세조종 주문을 내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A 씨의 부당이득은 약 62억원이다. A 씨가 자기 계산으로 매매한 계좌에서 발생한 이익만 산정한 액수다. 검찰은 A 씨가 일임받아 관리한 지인들의 계좌 전체에서 발생한 이익은 497억원 상당으로 파악했다.

A 씨는 주식 대량 보유·변동 보고 의무를 세 차례 어기고 투자일임업 등록 없이 다수 투자자의 계좌를 운용한 혐의도 받는다. 투자일임 대가로 16억5151만원을 받은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A 씨 측이 주가 하락을 버티지 못하면서 증권사들은 보유 주식에 대한 연쇄 반대매매에 나섰다. 이 회사 주가는 나흘 만에 4만5800원에서 2만2050원으로 떨어졌으며 지난 16일 기준 6790원까지 하락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시세조종 의심 종목을 살피던 중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고발했다. A 씨는 공범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를 지우고 계좌 위탁자들에게 거짓 진술을 부탁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지만,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A 씨와 B 씨의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해 B 씨의 가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은 “앞으로도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금융·증권범죄에 엄정 대응하고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