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성매매방지법 20년, 성착취 없는 미래의 문 우리가 연다' 공동행동에서 현행 성매매 처벌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4.9.23 © 뉴스1 박지혜 기자
성매매 여성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성매수자와 알선·모집·광고 등 성산업을 유지·확장하는 행위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성매매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18일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변화하는 성매매 지형, 정책의 다음 과제'를 주제로 성매매방지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피해자 지원 현장의 최우선 과제로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을 꼽았다.
이 대표는 "피해자들과 함께 알선자나 구매자를 고소하러 일선 경찰서에 가도 '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 '법을 바꿔 달라'는 답을 듣는다"며 "성착취 현실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필요한 변화가 많지만 가장 분명한 것은 성매매처벌법 개정"이라고 말했다.
전날(17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성매매처벌법 전부개정안은 성매매를 '다른 사람의 성을 매수하는 행위'인 '성매수'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성매수 대상자는 처벌하지 않는 대신 성매수자와 알선·모집·광고,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 등에 책임을 묻도록 하고 범죄수익 몰수·추징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대표는 성매수 대상자까지 처벌할 경우 알선·착취 범죄를 신고하거나 피해 지원을 요청하는 데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성매수 대상자를 처벌하지 않아야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성매수·알선·착취 범죄를 신고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수사·재판 과정에서 법률 조력과 신변·사생활 보호를 강화하고, 외국인도 국적이나 체류 지위를 이유로 보호와 지원에서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성판매 여성을 비범죄화하는 방향으로 법의 성매매 정의 규정을 고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법은 성을 판 사람도 처벌 대상으로 두고 있어 피해자로 인정되기 전에는 성매매 혐의 피의자로 입건될 수 있다.
장 연구위원은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은 우선 성매매 피해자로 추정해 수사하고 피해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될 경우에만 피의자로 전환하도록 성매매처벌법 제6조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 연구위원은 "피의자로 입건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피해 신고나 고소 절차 자체를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며 "무엇을 문제 삼아 처벌할 것인지 법의 정의부터 분명히 해야 수사와 단속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성매매 산업에 맞춘 단속 방식 개편 필요성도 제안됐다. 개별 사이트 차단을 넘어 플랫폼·계정·메신저 간 이동경로와 연결망을 추적하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송봉규 한세대 교수가 자체 분석한 결과 성인사이트 77곳에서 확인한 광고 4만 9462건 가운데 18.3%가 외부 SNS·메신저를 이용했다.
송 교수는 "기존에는 어디에 어떤 업소가 있는지를 봤다면 이제는 온라인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피해가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봐야 한다"며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보다 계정이나 초대 링크, 연락처, 메신저를 어떻게 연결해서 보는 방식이 앞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모두의 성평등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반인권적, 폭력적, 착취적 성격을 가진 성매매는 더 이상 허용돼선 안 된다"며 "20여년간의 성매매 방지 정책을 점검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오늘의 토론에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b3@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