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꼭 안아본 적 없어요"…아픈 고양이와 함께한 5년

사회

뉴스1,

2026년 September 20일, AM 11:22

장기 일부가 가슴 쪽으로 이동하는 '횡경막 허니아'가 있지만 씩씩하게 살고 있는 고양이 '애롱'(보호자 제공) © 뉴스1

"한 번도 애롱이를 마음껏 꼭 안아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다시 5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저는 또 애롱이를 데리러 갈 거예요."
시민단체 활동가인 A 씨에게 반려묘 '애롱이'는 마음껏 품에 안을 수는 없어도 누구보다 소중한 가족이다.

올해 추정 나이 5살인 수컷 고양이 애롱이는 경북 울진 바닷가에서 살던 길고양이였다.

20일 서울에 사는 A 씨에 따르면 애롱이와의 인연은 2022년 10월 시작됐다. 당시 애롱이는 지인의 길고양이 밥자리에 갑자기 나타났다. 앙상하게 마른 채 숨을 몰아쉬어 나이 든 고양이인 줄 알았지만 병원에서 추정한 나이는 고작 7개월이었다.

검사 결과 상태는 심각했다. 애롱이는 횡격막이 손상돼 배 안의 장기 일부가 가슴 쪽으로 이동하는 '횡경막 허니아(횡경막 내장 탈출증)'가 있었다. 골반과 뒷다리도 크게 다쳐 있었다. 교통사고나 낙상이 추정됐다.

구조 당시 애롱이의 엑스레이 사진(보호자 제공) © 뉴스1

A 씨는 치료를 위해 애롱이를 서울로 데려왔다. 처음에는 수술하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취 자체가 호흡에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어렵게 수술을 결정했지만 정밀검사 후 계획을 접었다. 애롱이의 몸이 현재 상태에 스스로 적응한 만큼 장기를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수의사의 판단에서다.

결국 수술 대신 남은 삶을 최대한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돌보기로 했다. 당시에는 그해 겨울을 넘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지만 애롱이는 어느덧 5년째 곁을 지키고 있다.

"겨울 넘기기 어려울 수도"…보란 듯 버틴 5년
최근에는 서울 24시센트럴동물메디컬센터에서 건강검진도 받았다. 의료진은 애롱이가 어려운 사례이고 이전보다 다소 진행된 부분은 있지만 혈액검사 등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구토 증상을 관리하기 위해 매일 약을 먹는다. 골반 골절 후유증으로 만성 변비도 있지만 장의 위치가 변하면서 예전처럼 배를 마사지해 줄 수도 없다.

A 씨는 "이제는 오늘도 쾌변하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도 몸 상태에 비하면 정말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보호자는 애롱이의 몸 상태 때문에 애롱이를 마음껏 끌어안아본 적이 없다(보호자 제공). © 뉴스1

애롱이의 몸은 늘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그래서 5년을 함께 살면서도 애롱이를 마음껏 끌어안아 본 적이 없다.

발톱을 깎을 때도 몸을 꽉 붙잡을 수 없어 앞발을 휘두르면 맞아가며 깎는다. 언제 어디가 갑자기 아파질지 모른다는 걱정도 늘 마음 한편에 있다.

하지만 정작 애롱이는 겁이 없다. 낯선 사람이 집에 찾아오거나 천둥처럼 큰 소리가 나도 좀처럼 놀라지 않고 누나 곁을 지킨다.

꾹꾹이 하는 애롱(보호자 제공) © 뉴스1

처음 만났을 때는 사람만 보면 '꾹꾹이'를 해주는 애교 많은 고양이였다. 입양 후에는 좀처럼 품을 내주지 않는다.

A 씨는 "돌이켜보니 당시 애교는 입양되기 위한 '생존 애교'였던 것 같다"며 "길에서 계속 살았다면 울진 바닷가를 휘어잡는 대장 고양이가 됐을 것"이라고 웃었다.

첫눈 함께 본 그날…올해도 기다리는 겨울
애롱이와 함께한 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처음 눈을 본 날이다.

당초 수술을 받기로 했던 날이었다. A 씨는혹시 애롱이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까 두려워 밤새 곁을 지켰다.이후 정밀검사 결과 수술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 계획은 취소됐다.

동이 틀 무렵 잠깐 눈을 붙였다가 깨어나 보니 애롱이가 창밖에 내리는 작은 눈송이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애롱이가 첫눈을 보던 순간(보호자 제공) © 뉴스1

어린 애롱이에게도 어쩌면 처음 보는 눈이었을 터. 그해 겨울을 넘기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애롱이는 이후에도 해마다 누나와 눈을 봤다. 이제 눈이 오면 둘은 나란히 창밖을 구경한다. 올해 첫눈에는 작은 눈사람도 만들어줄 생각이다.

처음 애롱이를 데려왔을 때 A 씨는 자신이 부족한 보호자라고 생각했다. 햇볕이 몇 시간밖에 들지 않는 자취방이 바닷가를 누비던 애롱이에게 답답하지 않을까, 아픈 고양이를 두고 매일 출근해도 되는지 미안했다.

지금도 애롱이에게 "나와 함께 사는 것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A 씨는 "다시 5년 전으로 돌아가도 애롱이를 다시 찾아갈 것"이라며 "혼자만의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애롱이와 함께 있는 게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픈 몸이지만 A 씨의 보살핌으로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 애롱(보호자 제공) © 뉴스1

아픈 동물을 돌보는 일은 힘들고 걱정스러운 순간도 많다. 하지만 A 씨는 애롱이의 남은 삶을 곁에서 돌볼 기회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이제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건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일이에요. 그래도 너무 슬픈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남은 묘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늘 애롱이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할 겁니다"

애롱이는 동그랗게 말린 꼬리가 특징이다(보호자 제공). © 뉴스1

보호자는 언제나 굳건하게 쥐고 있는 '왕주먹'을 애롱이의 특기로 뽑았다(보호자 제공). © 뉴스1

◇ 이 코너는 뉴트로 사료와 그리니즈 덴탈관리제품, 위스카스, 쉬바 등을 제조하는 '마즈'가 응원합니다. 한국마즈는 사연이 채택된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사료 또는 간식을 선물합니다. [해피펫]

badook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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