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 뉴스1
탄광 근무 중 진폐증 진단을 받고 폐광 이후 증상이 악화해 장해등급 판정을 받은 탄광 근로자도 재해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3일 탄광 근로자 A 씨 유족이 한국광해광업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재해위로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1992년부터 2009년까지 탄광에서 근무했다. A 씨는 굴진부로 근무하던 2003년 10월 장해등급 13급 판정을 받았고 탄광은 2009년 7월에 폐광됐다. A 씨는 탄광 폐광 이후 2013년 6월 진폐증으로 장해등급 11급, 2015년 9월 7급 판정을 받고 2017년 6월 사망했다.
A 씨 배우자와 세 자녀는 최종 장해등급인 7급에 따라 산정된 장해보상일시금 상당의 재해위로금을 지급하라며한국광해광업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은 "탄광 폐광일인 2009년 7월 장해등급이 확정됐다거나 산재보험법상의 요양급여를 받고 있거나 이를 신청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오히려 고인은 이 사건 탄광의 폐광일 이후인 2015년 9월 최종적으로 장해등급 제7급 판정을 받았고 달리 요양급여를 지급받은 사실은 없다"며 "시행령에서 정한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석탄산업법시행령은 '업무상 재해를 입고 폐광일 현재 요양급여를 받고 있거나 요양급여를 신청한 자로서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에게 재해위로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심 역시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분진작업에 종사하던 근로자가 폐광일 이전에 진폐증 진단을 받은 경우 폐광일 후 장해 상태가 악화해 장해등급 판정을 받게 됐다면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진폐증은 석탄광업소의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업무상 재해로,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하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더라도 진행을 계속하는 한편 진행 정도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결국 규정을 해석·적용할 때 이러한 진폐증의 특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폐광일 전에 발생한 진폐증이 폐광일 당시까지 진폐로 인한 합병증이 발현돼 요양급여의 지급 대상에 해당하게 될 것인지 또는 점차 악화해 폐광일 후에야 진폐로 인한 합병증이 발현돼 요양급여의 지급 대상에 해당하게 될 것인지 여부는 예측 곤란한 진폐증의 진행 속도에 따른 우연한 사정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폐광일 전에 진폐증이라는 업무상 질병을 얻게 된 것이 명백한 이상 '폐광일 전까지는 진폐로 인한 합병증이 발현되지 않았다가 폐광일 후에 진폐로 인한 합병증이 발현된 근로자'를 '폐광일 전에 진폐로 인한 합병증이 발현된 근로자'와 달리 취급해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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