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 뉴스1
사내 전산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업무상 권한을 악용해 고객 23명의 계정으로 회사 예치금 총 13억여 원을 무단 전환하고 골드바 등을 구매한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고충정)는 지난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개인정보보호법 위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모 씨(39·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최 씨는 사내 전산 시스템과 연결되지 않은 가상계좌의 입금 데이터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예치금으로 임의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2024년 12월 31일부터 올해 4월 1일까지 고객 23명의 계정에 총 13억 2700만 원 상당의 예치금을 생성·부여하고 재산으로 바꾼 혐의를 받는다.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3억여 원의 빚을 진 최 씨는 생활이 궁핍해지자 이 같은 범행을 결심했다. 평소 회사 전산 시스템으로 고객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기에 예치금 관리 구조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고객의 물품 구매 대금이나 입점 협력사의 광고비 등이 회사 명의 가상계좌로 입금될 때 오입금 등 이유로 회계 전산 시스템과 자동 연결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미연결 가상계좌의 입금 데이터를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예치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 예치금을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 계정에 넣은 후 회사가 운영하는 쇼핑몰 홈페이지에 접속해 고객 명의로 골드바 등을 구매하고 현금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었다.
지난 3월 27일에는 회사 사무실에서 사내 상담 시스템에 접속한 후 미연결 가상계좌 데이터를 현금 예치금 약 1억 1200만 원으로 전환하고, 장기 미사용 고객 A 씨의 계정에 넣었다. 이후 A 씨의 계정으로회사 쇼핑몰에서 시가 1억 1200만 원 상당의 골드바 187.5g 2개와 37.5g 1개를 구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고객 계정 18개의 전화번호와 예치금 현황 등 정보를 변경했고, 계정 12개는 범행 후 탈퇴 처리했다.
© 뉴스1
최 씨는 동료의 개인정보도 범행에 이용했다. 그는 올해 2월 동료 직원 B 씨의 사내 시스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몰래 알아낸 후 전산 시스템에 입력해 다른 고객 C 씨의 전화번호 등을 변경하고 골드바를 구입했다.
범행이 발각된 후에는 배우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회사와의 연락을 피하고 무단결근했다. 편취금으로 얻은 자산을 처분하면 안 된다는 수사기관 고지를 받고도 압수수색 바로 다음 날 약 1억 2000만 원 상당을 인출해 소비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범행으로 회사는 거액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지만 피해 대부분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편취금 대부분이 이미 처분돼 피해 전부가 회복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회사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최 씨가 범행을 인정하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3억 1200만 원 상당의 일부 피해는 회복됐고 최 씨의 나머지 재산은 민사상 보전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한편 최 씨는 지난 17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bean@news1.kr









